■ "소득엔 세금… 목회자도 당연히 내야죠"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목사들의 자발적인 소득세 납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종교인 과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헌법 38조는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에도 종교인 면세에 관한 근거 규정은 없다. 다만 조세당국이 '관행적으로' 종교인에 면세 혜택을 주어왔을 뿐이다. 이 와중에도 천주교 성직자와 기독교계 일부 목회자들은 성역에의 안주를 거부하고 자진 납세를 하고 있다. 경동교회 박종화(67) 담임목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봄볕이 따사로웠던 지난달 29일 박종화 목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를 찾았다. 담쟁이 넝쿨이 휘감은 붉은 벽돌집이 먼저 마음에 들어왔다. 한국 근대건축의 거장 김수근이 설계한 경동교회 건물은 기도하는 사람의 손을 형상화한 것인데, 여느 교회와 달리 십자가를 내걸지 않았다. 경건한 자세로 세속과 어울리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읽혔다.
"납세는 모든 국민의 의무입니다." 목회자로 첫 발을 뗀 1970년부터 40년 넘게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박 목사는 납세 의무를 지키는 데 무슨 다른 논리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인 이상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일부에선 목회가 노동이 아니라 봉사여서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하죠.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게 조세의 원칙입니다. 봉사란 말은 신학적 표현에 불과해요."
박 목사는 종교계 일각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스스로를 성역화하는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사회의 규범을 더 성실히 지켜 모범이 되는 건 물론이고, 이를 한 차원 뛰어넘는 윤리 기준까지 제시하는 게 진정한 초월이자 성직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세금도 안 내면서 정부에 세금 똑바로 쓰라고 지적할 순 없는 노릇"이란 말도 덧붙였다.
박 목사는 지난해 소득에 대해 갑종근로소득세 360만원과 주민세 36만원 등 396만원을 납세했다. 그뿐 아니라 경동교회 관계자들이 모두 소득을 정확히 신고하고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다. 교회 재정이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동교회의 경우 신도들이 내는 헌금을 토대로 재정위원회가 예산안을 짜면 이 안을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와 집사 이상 신도로 이뤄진 제직회를 거쳐 최종 의결하는 구조입니다. 결산 역시 마찬가지죠. 교회 설립 때부터 합의를 통해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어 목사가 세원을 숨길 여지가 없습니다."
박 목사가 종교인들의 납세를 강조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교회가 영혼의 구원이라는 본령과 더불어 세상과 짝해 추구해야 할 사명은 이웃사랑, 즉 복지의 구현"이라며 "교회 등 종교단체가 복지사업의 일익을 담당하려면 재정부터 투명해져야 하는데 그 첫 걸음이 바로 종교인들의 납세"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복지가 시대의 화두가 됐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유ㆍ무형의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문제죠. 자원봉사 인력과 헌금이란 인적ㆍ물적 자원을 보유한 종교단체가 정부와 협력해 복지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면 그야말로 '윈윈'이 됩니다. 법인으로 등록된 종교단체에 면세 혜택을 주되 조건을 달아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재정의 투명성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성직자의 납세 신고예요. 세금을 내려면 근거가 필요하고 회계 처리 과정을 문서에 남겨 공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성직자의 납세가 투명 경영으로 이어지고, 법인의 면세, 복지사업 확대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죠."
박 목사는 목회자들이 납세를 받아들이면 개신교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NCCK가 자발적인 소득세 납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천명한 것을 크게 반겼다. 그는 "과거 몇 명 되지 않던 개신교 내 '과세론자'의 비율이 지금은 20~30% 수준까지 늘었다"면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측면이 있겠지만 목사들이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책임을 자각한 결과이기도 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종교인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거듭 강조했다. 교계가 납세를 비롯한 쇄신 움직임을 머뭇거리는 사이 세속의 압박에 밀려 운신을 폭을 좁히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에둘러 표현했다. "목회자들이 더 이상 혜택만 누리려 해선 안 됩니다. 하루바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 의무를 지겠다고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 종교인 과세 논란의 쟁점
그동안 국내 종교인들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의 예외로 취급돼왔다.
종교인 비과세에 대해 뚜렷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세당국이 그저 관행적으로 면세 혜택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사실상 직무유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 관행이 워낙 오래 이어지다 보니 관습법의 지위를 얻은 듯 인식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종교활동은 근로가 아니라 봉사다'라는 등을 비과세 근거로 주장하기도 한다. 종교인 과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주요 쟁점을 짚어 보았다.
종교인 생활비, 사례비인가 월급인가
그동안 종교인 납세 논란은 주로 기독계 안팎에서 이뤄져 왔다. 종교인 납세에 반대하는 측은 "목사가 매월 받는 생활비는 (근로가 아니라)영적 봉사에 대한 예우금인만큼 근로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성직자들의 사역을 '근로'로 보게 되면, 성직이 속되게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개신교단의 교회법에 '목사에게 주는 생활비가 월급이 아니라 목사들의 생계를 위해 주는 사례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가지는데 유독 종교인만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납세의무를 저버린 탈루 행위"라고 주장한다. 조세의 기본원칙인 공평과세와 조세평등주의를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황호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회에서 사례나 월급을 받는 목사는 모두 납세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목회자들이 소득세 납부를 거부하는 이유가 실제로는 소득세를 내게 되면 자신들의 고소득 수입이 공개되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납세 반대 측은 세금을 이미 낸 신자들의 헌금으로 목사의 생활비가 지급되므로 이에 다시 과세하면 2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항변도 한다. 그러나 이는 '특정인에게 귀속되는 동일한 소득에 대해 두 번 과세하지 않는다'는 2중 과세 방지 원칙을 잘못 해석한 것이며,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조세 전문가들의 견해다.
종교인, 근로자인가 영적 봉사자인가
종교인들은 스스로를 근로자로 생각하지 않고 영적 봉사를 하는 성직자로 여긴다. 그래서 종교인 납세 반대 측은 "특정인에게 고용돼 일할 때에만 근로자인데 종교인은 하나님에게 고용돼 있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라 성직자"라며 "따라서 근로자가 아닌 성직자가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2006년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든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현행법상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목회자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반면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근로는 명칭이야 어떻든지 근로의 대가로 받기 위해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소득이 있으면 납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은 특히 "종교인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는 종교인이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냐 아니냐를 판정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은 "성직자의 사역이 근로인가 아닌가는 신학적으로 별개로 논의할 부분이며, 세금에 관해서는 세법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종교인 납세를 찬성했다. 박득훈 새맘교회 목사도 "성직자의 행위를 근로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정부의 간섭 받는다?
종교인 납세 반대측은 "종교인이 세금을 납부하면 교회의 재정이 공개되고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인이 세금을 내게 되면 교회는 매년도 별로 수령한 헌금총액과 교회의 고유활동에 대한 지출 비용 등을 정부에 보고하게 돼 예배와 선교, 구제, 교육 사업에 간섭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인 납세 찬성 측은 "세법상 비영리공익법인인 교회는 증여세 비과세,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에 부과되는 협조사항을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교회 재정을 공개한다고 해서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직무를 유기해 그동안 법적으로 징세하게 돼 있는 종교인들의 세금을 걷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신동식 빛과소금교회 목사는 "사실 종교인 납세 문제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표했다면 많은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자진해서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외국은 어떻나
"종교인이라고 세금을 안 내는 게 이상한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다 낸다."
한국세무학회와 한국회계학회 회장을 지낸 김광윤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의 말이다. 종교인은 사회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는 종교단체의 비영리 공익 봉사 활동에 대해 면세 혜택을 주되, 재정을 공개하고 외부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한 것도 공통적"이라고 설명했다.
과세 형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컨대 기독교가 국교인 독일은 종교세를 거둬 각 교회에 운영비로 나눠준다. 목사는 준공무원 신분으로 월급을 받아 남들과 똑같이 세금(원천징수)을 낸다.
독일과 달리 미국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개별교회 체제다. 미국 장로교 목회자는 모두 세금을 낸다. 미국 감리교도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납세는 국가에 대한 의무라고 교단 정관에 명시하고 있다.
미국 국세청은 목사들이 통상적인 목회 활동으로 받은 사례비에 대해서는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자발적 납세를 권유한다. 때문에 세금을 안내는 목사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각 교회는 목사에게 지불한 사례비를 반드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장로교 소속으로 미국에서 8년간 목회를 하고 돌아온 박원호 주님의교회 목사는 "투명한 재정은 교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며 "미국에 있을 때 교회에서 한 번도 현금을 받은 적이 없고 모두 수표로 받아 단돈 1달러도 빠짐없이 (당국에)보고됐다"고 말했다.
재정 공개와 외부 감사는 면세 혜택을 받는 종교단체의 의무다. 미국은 종교기관 등 비영리단체를 주무관청의 장관이나 법원, 주 법무장관이 감독한다. 연방세법에 따라 비과세 승인 후 2만5,000달러 이상 수입이 있는 비영리조직은 당국에 연간 재무 보고서를 제출하고 감사에 대비해 관련 기록과 회계 장부를 최소 4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회계감사 인증기관도 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주도해서 1979년 창설된 ECFA(Ecumenical Council for Financial Accountability)다. 현재 1,500여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 ECFA 규정대로 매년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여기서 회계감사를 받는다. 일본도 '종교법인법'을 제정, 종교법인의 재무 공개와 관할청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종교단체가 면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엄격하다. 미국 국세청 홈페이지(www.irs.gov)에는 '교회(이슬람 모스크와 유대교당 등 모든 종교의 예배 장소 포함)와 종교기관에 대한 면세' 규정이 구체적 사례와 함께 상세히 나와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면세 혜택을 받는 종교기관이나 종교 지도자의 입법 로비나 정치 활동은 금지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로든 문서로든 이를 어기면 면세 혜택이 박탈된다. 개인 자격으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는 있지만, 소속 단체의 대표나 종교 지도자로서 그러면 안 된다. 예컨대 선거운동 신문 광고에서 목사가 특정 후보 지지자 명단에 포함됐을 경우, '무슨 교회 아무개 목사'라는 직책 표시는 "오직 신원을 밝히기 위해서일 뿐"이고 광고 게재료를 해당 후보 쪽에서 냈다면 위반이 아니다. 반면 목사가 교회 소식지나 예배에서 당파적 발언을 하거나 특정 후보 지지를 시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실제로 스타 목사가 이러한 정교 분리 원칙을 어겼다가 제재를 받은 일이 있다. TV 설교자로 큰 인기를 누리던 뉴욕의 한 교회 목사 대니얼 리틀은 1993년 USA투데이, 워싱턴타임스 등에 대통령 후보 클린턴을 반대하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성도들이여, 경계하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클린턴은 하나님 나라의 법률에 반역한 정치인인데 그래도 찍겠느냐"며 "같은 광고를 계속 낼 테니 헌금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에 국세청이 해당 교회의 면세 혜택을 박탈하자 리틀 목사는 무효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 재정 불투명한 대형교회 저항이 문제… "종교법인법 제정해야" 목소리도
개신교 일각에서 목사 등 종교인도 세금을 내자는 목소리를 내 신선한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은 최근 토론회를 열어 공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종교인 소득세 납부 문제를 공론화했다. 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이제라도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냄으로써 떨어진 교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교,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9개 교단 교회 2만126개와 교인 642만명(자체 추산)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개신교 단체다.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소득세 납부 범국민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기독교 민간단체가 종교인 납세 문제를 다루었지만, 개신교 교단협의체가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교회 스스로가 사회가 바라는 윤리적 눈높이에 맞춰 가려는 운동의 출발로 의미가 크다.
NCCK는 4월과 7월, 10월 세 차례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목사 납세 문제를 논의해 교단간의 입장을 조율한 뒤 11월 총회에서 목사 소득세 납부를 결의한다는 방침이다.
천주교 이어 개신교도 자발적 납세 늘어
조세당국이 종교인에 대해 직접 과세를 하지는 않지만,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신부와 수녀 등 모든 천주교 사제는 1994년부터 천주교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특히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996년부터 교구 소속 사제들의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 징수하고 있다. 당시 서울대교구장이던 고 김수환 추기경은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납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에서도 적지 않은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신동식 빛과소금의교회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직재정운동본부장)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영락교회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역자들에게 주는 사례비에서 세금을 원천 징수해 납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높은뜻숭의교회와 경동교회, 백주년기념교회, 열린교회, 너머서교회, 분당샘물교회, 예인교회, 지구촌교회, 서울영동교회, 빛과소금교회, 남서울은혜교회, 다니엘새시대교회, 열린문교회 등에서도 목사들이 소득세를 내고 있다.
신 목사는 "어차피 전국 교회 목사의 80% 이상이 소득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라 실질적인 부담이 없으므로 세금을 내는 게 사회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세금을 내면 은퇴 대책으로 국민 누구나 가입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한 목사는 "작은 교회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려고 하면 세무서에서 오히려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스님들의 세금 납부와 재정 투명화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논의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한 자성과 쇄신 운동 실천방안의 하나로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원불교 관계자는 "어차피 대부분이 면세점 이하지만 언제든지 성직자 소득세 신고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재정 불투명한 교회가 문제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지면서 이에 부응해 종교인이 명예롭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창국 성화교회 목사는 "정부가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종교세'나 '성직세'등 종교인의 납세를 규정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한다면 이에 호응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목회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발적인 종교인 납세 방안을 재정이 불투명하고 납세하지 않고 있는 일부 대형교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개신교계 내부의 시각이다.
그래서 종교인 납세와 종교기관의 재정 투명화를 강제하는 '종교법인법'을 제정하는 '극약 처방'을 제시하는 주장도 있다.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교회ㆍ사찰을 막론하고 투명하게 회계장부를 작성하게 만들고, 모든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도록 하는 '종교법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 납세보다 종교기관의 재정 투명성을 더 높이는 게 핵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 국민이 종교기관에 연간 6조2,100억원(2006년ㆍ통계청)의 헌금을 내고 있지만 개별 교회의 헌금이나 사찰 시주금의 규모, 사용 내역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은 "일부 대형교회의 재정이 투명하지 못해 반(反)기독교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며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명하게 하고, 이를 위해 복식부기와 재정관리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기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현 상속증여세법에 '종교의 보급 및 기타 교화에 현저히 기여하는 사업'은 외부 전문가의 세무 확인 및 회계 감사 의무에서 제외했는데, 법을 바꿔 자산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현금 유입이 10억원 이상인 종교기관은 외부 감사를 받고 재무 정보도 공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 서로 책임 떠넘기는 정부기관
우리나라엔 6년째 회신이 없는 공문이 있다. 하지만 회신을 해야 할 측은 물론 받아야 할 기관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문제의 공문은 존재 자체마저 베일에 가려있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은 "2006년 5월7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초 재정부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가'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으며, 이에 따라 재정부가 유권해석 방향을 검토 중이다"라는 한 신문의 기사 한 줄뿐이다. 이후 재정부는 이 공문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때마다 한결같이 '검토중'이라고 되풀이 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듯 보이는 재정부는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게 종교인 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나라"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종교인 과세문제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법령상의 규정, 그 동안의 관행, 실제 과세키로 판단했을 때 미칠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직설적으로 풀어보자면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가 유권해석에서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종교인 중 과세 대상이나 규모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 역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과세 여부도 결정하기 전에 실태를 파악하는 게 맞는 지도 의문"이라며 "설령 조사에 나선다 해도 종교인들의 소득이 실제 얼마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역시 "소득세는 납세자의 신고를 바탕으로 과세하는 것이니만큼 재정부가 과세여부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려주면 그때부터 신고를 받은 후 정확성 여부 조사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향후 방침도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최근 과세의 공평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종교인들의 자발적 납세 분위기와 국민적 합의가 성숙되면 정부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종교인 과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국의 이런 입장은 헌법 38조의 납세의 의무 규정과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헌법 11조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어떤 하위법에도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면제 조항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종교인에 대한 불법적 특혜가 정부기관의 방관 속에 대한민국 건국 이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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