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김소민 글ㆍ소윤경 그림/ 비룡소 발행ㆍ7~10세ㆍ7,500원
초등학생 동동은 여동생 묘묘보다 소심하고 작은 몸집 탓에 늘 간식을 뺏기곤 한다. 설상가상으로 태권도학원에서는 동동을 묘묘와 대련시키려고 한다. 대련을 앞두고 근심에 젖은 동동이 찾아간 아빠의 약국에서 아빠대신 캡슐 마녀가 동동을 맞는다. 동동은 캡슐 마녀로부터 '영혼이 바뀌는 캡슐' 약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약을 달라고 떼를 쓴다. 여동생과 영혼을 바꿔 태권도 대련에서 이기고 싶어서다. 결국 캡슐 마녀에게 자기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기고 약을 얻지만 동생에게 약을 먹이는 건 실패하고 만다. 캡슐을 숨겨둔 땅콩크림빵을 아빠가 먹어버려 동동은 아빠와 영혼이 바뀌게 된 것.
아빠의 몸에 들어간 동동은 엄한 아빠 인척, 여동생을 혼내고 평소에 눈여겨 봐두었던 '어른들이 멋져 보였던 행동'들을 따라해 본다. 이를테면 민숙자 아줌마와 맞선을 보면서 손을 쭉 뻗어 악수를 청하는 것 같은 행동 말이다. 아줌마와 자동차 데이트를 하면서 택시 기사에게 "1만원어치만 드라이브시켜주세요"라고 말하거나.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졸지에 아이 둘 딸린 싱글 파파가 된 동동은 동생 묘묘를 씻기고 응석을 받아주고, 아침밥을 차리고, 집안 청소를 하면서 아빠의 입장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투명인간, 순간이동, 독심술 같은 환상적 요소는 아동문학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영혼이 바뀐다는 이 동화의 설정이 이보다 더 참신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작품의 미덕은 이 진부한 장치를 통해 아이의 심리와 성장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 솜씨에 있다. 작가는 영혼이 바뀌는 캡슐을 통해 어른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잡아낸다. 어쩔 수 없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내적으로 성숙하는 아이의 심리 변화도 섬세하게 그린다. 어설프게 아빠를 흉내내는 동동의 행동을 보면서 동화를 읽어주는 부모도 이 또래 아이들의 관심사와 고민들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판타지 요소를 통해 오늘날 아이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그려낸 이 작품은 올해 초등 저학년용 동화를 대상으로 제정된 비룡소 문학상의 제1회 수상작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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