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42·사법연수원 29기)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계기로 촉발된 전국 법원의 판사회의가 서울행정법원에서도 비밀리에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서 전 판사가 예고한 대로 재임용 탈락 구제 소송을 낼 경우 이 사건을 다룰 가능성이 가장 큰 법원이어서, 이곳에서 판사회의가 열린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일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소속 단독판사 7명 전원은 지난달 21일 서초동 법원청사 3층 회의실에서 법관 연임 심사 및 근무평정을 안건으로 판사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법관 근무평정 결과를 연임 심사로 연결짓는 게 타당한지 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판사는 "다른 법원에서 열린 판사회의와 마찬가지로 재임용 심사 과정에서 본인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등 재임용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주로 개진됐으며, 서 전 판사의 재임용 탈락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연임 절차에 관한 청문권ㆍ절차권 보장 필요성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판사회의는 서 판사의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소송이 해당 법원에 접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았으며, 회의 개최 사실과 결과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도균 서울행정법원 단독판사회의 간사는 "전체 판사회의가 아니고 단독판사 회의였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내용을 공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판사회의 내용은 법원장에게 보고됐다. 다른 서울행정법원 판사는 "서 전 판사의 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되면 단독판사가 아닌 합의부가 다루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임용 문제 관련 판사회의가 열린 것 자체에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법관이나 교원 등의 재임용 관련 사건을 다루는 전문 법원이라는 점에서, 이 법원 소속 판사들이 서 전 판사 재임용 탈락의 근거가 된 법관 연임 심사와 근무평정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앞서 서 전 판사의 재임용 탈락 이후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과 남부지법, 서부지법 단독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연 것을 시작으로 전국 대부분의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잇달아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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