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 구 민주계가 공천 탈락에 반발하면서 독자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야권의 총선 구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들은 민주당의 공천 방향이 친노계 위주로 흐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뿌리를 둔 민주세력이 배척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체적으로 '민주동우회' 등을 결성해 독자 출마 채비를 서두를 태세다.
당 지도부는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이 김 전 대통령과 동교동 직계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출마를 강행할 경우, 야당 지지표 분산으로 인해 여야 접전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의 3차 공천자 명단에서 제외된 한광옥(서울 관악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김덕규(서울 중랑을) 전 국회 부의장 등 구 민주계 출신 인사들은 29일과 1일 잇따라 회동을 갖고 '민주동우회'라는 이름의 무소속 벨트로 출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회동에는 정균환 이훈평 전 의원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이번 공천을 '동교동계 죽이기'라고 규정한 뒤 조만간 탈당을 비롯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 전 부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당신네들의 함량 미달 심사로 60년 민주당의 역사가 풍전등화에 있다"며 "지금까지 지켜온 내 정치 역정과 양심, 신념이 과연 옳았는지 지역구민과 함께 고민하고 평가 받을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공천 발표가 보류된 정 전 의원(서울 송파병)은 공천 발표 이후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고, 구 민주계 막내 격으로 경기 군포 공천에서 배제된 안규백 의원은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동교동계를 상징하는 이름을 앞세워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법 외에도 박세일 전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생각이나 평화민주당과 합당한 국민행복당 등으로의 합류 등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같은 구 민주계 출신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권통합연대로 정권 교체를 말씀하셨지 분열로 패배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며 일단 이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편 전날 당 지도부가 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을 보류한 데 반발해 면접 심사를 보이콧했던 강철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초심을 잃고 있다. 통합할 때만 해도 국민을 무겁게 생각했는데 공천이 중반 이상 가면서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싶다"면서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 지도부의 입장 발표를 전제로 업무에 복귀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한명숙 대표는 이날 강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천위의 지적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공천 갈등과 관련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체성 없는 '철새' 또는 뇌물, 공천 헌금 등 비리관련자가 기어코 공천된다면 주권자는 낙선운동을 벌일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에는 트위터에 임종석 사무총장 등 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인 인사들에 대한 당의 공천 결정을 비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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