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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고개드는 토목 공약…토목사업의 복지 기회비용은

입력
2012.03.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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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공항 10조=고교 무상교육 5년…잘못된 토목은 재정 재앙 초래

양극화 시대에 살면서 복지 확대에 대한 세밀한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이를 경계하는 의견도 적지않다. 하지만 예산의 효용성을 따져봐야 할 분야가 굳이 복지뿐일까. 선거철이 되자 현 정부조차 경제성이 없다고 포기한 신공항사업이 최근 정치권의 공약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 지역 표심을 현혹하느라 때만 되면 거론되는 대형 건설사업이야말로 자칫 재정 재앙을 초래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국가를 운영할 때 건설, 복지 등 모든 사업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하는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대형토목공사 사업예산을 복지예산으로 돌린다면, 혹은 돌렸다면 국민들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그 기회비용을 따져봤다. 국민들은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지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신공항 예산, 공교육에 쏟는다면

새누리당 지도부에 이어, 일부 민주통합당 총선 출마자들까지 합세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신공항의 건설비용은 10조원 안팎이다. 정부가 경제성 검토를 할 때 추산한 금액이다.

전국 4년제 국립대는 41곳이고 등록금 총액은 한해 1조8,000억원(2010년 기준) 가량이다. 이중 5,000억원은 장학금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국립대 등록금을 면제하는 데는 한해 1조3,000억원이 든다. 신공항 건설비용은 8년간의 국립대 무상교육과 맞먹는 비용인 셈이다.

또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어서 부모가 분기당 평균 40만원을 낸다.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제외하면 고교의무(무상)교육에 한해 2조원이 필요하다. 신공항 건설비용은 고교 무상교육의 5년치 예산이다.

무안ㆍ청주ㆍ양양공항 등이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인데도 다시 신공항계획이 부상한 것은 다분히 선거용이다. 새누리당은 '동남권 신공항'을 '남부권 신공항'으로 바꿨다가 지금은 입지갈등 문제로 아예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박형수 연구기획본부장은 "공항을 지을 때는 특정지역에 공항이 있냐, 없냐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공항 수요, 또 아시아권 항공물류의 전체 그림까지 따져야 한다"며 "다 제쳐놓고 부산, 밀양 중 두 군데 중에서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성 없는 토목, 지속적 재정 잠식

올해 4월 완공되는 4대강 사업의 기회비용은 어떨까. 총 예산이 22조2,000억원이니, 국립대 등록금 면제 17년, 혹은 고교 무상교육 11년이 가능한 예산이다. 전국 소득하위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국고 75%, 지방비 25% 가량)으로 따지면, 6년을 지급할 수 있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만 5세 누리과정 예산(약 1조1,000억원)의 20년 예산이며, 만 0~4세 보육료를 올해 수준(0~2세는 전원, 3~4세는 70%에 지원)으로 지원한다면 5년치 예산이다. 보육료는 국고ㆍ지방비의 비율이 대략 절반씩이기 때문에, 국고로만 따지면 9년치 보육료 예산이다.

복지 예산 중 덩치가 가장 큰 편인 저소득 기초생활보장의 국고예산이 올해 7조9,000억원 가량인데, 그 3년치 예산이다. 약 150만명의 기초수급자에게 의료ㆍ주거ㆍ생계비ㆍ교육비 지원을 3년 동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4대강 사업은 국토연구원이 추산한 유지관리비만 매년 1,630억원이다. 민간에서는 그 몇 배에 이른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계산대로라도 올해 영ㆍ유아 필수 예방접종 국고지원(732억원)의 두 배다. 영ㆍ유아 예방접종비는 아직도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다.

4대강 사업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전국 지류ㆍ지천 사업에 20조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정부는 검토 중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시행이 안될 가능성이 있지만, 추진된다면 4대강 사업과 비슷한 규모의 복지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잘못된 토목공사, 지속적 재정 잠식

물론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는 토목건설사업은 국가 경제를 이끄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에서 토목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높고, 넘쳐나는 사업 중 어떤 것은 도리어 재정에 큰 부담을 안긴다.

김해시는 한해 가용예산 약 1,000억원 중 70%(700억원 가량)를 지난해 개통한 김해-부산 경전철 운영손실 보전비로 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다. 민자유치로 경전철을 개통하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 계약을 통해 손실이 발생하면 60%는 김해시가, 40%는 부산시가 메꿔주기로 했었다. 경전철 이용자가 애초 추계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향후 20년간 무려 2조5,600억원을 내놓아야 한다. 김해시는 국토해양부에 중재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용인시도 경전철 문제로 재정이 파탄 날 상황이고, 서울시도 수조원의 경전철 사업들을 추진하다가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 일부 재검토에 들어갔다.

박형수 본부장은 "대형토목공사의 경우 애초 추계보다 공사비 투입이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며 결국 실제 비용이 얼마인지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14조원에서 22조2,000억원으로 늘었고, 경인운하 사업도 애초 굴포천 방수로 사업에서 2조2,500억원짜리 돈 먹는 하마로 탈바꿈했다. 또 경전철 적자보전 비용, 4대강 유지비용 등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잠식할 수밖에 없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재정 퍼붓는 SOC사업 '효율은 최저'

한국조세연구원은 각 분야별로 예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연구해 2009년 발표했다. 복지, 보건, 교육, 연구개발(R&D), 기반시설(사회간접자본ㆍSOC), 공공질서 및 안전, 일반공공행정, 환경보호 등 8개 분야의 재정투입과 그 효과를 분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들과 비교했다.

1990~2007년 재정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대형 토목공사들이 주축을 이루는 SOC 분야 재정투입 비율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았지만 효율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SOC 재정투입은 28개 OECD 국가 중 지표별로 1~2위였고, 효율성 지수는 25~28위였다. SOC 분야 효율성은 항공ㆍ도로ㆍ철도 수송량(화물 및 승객) 등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반면 교육, 복지, 보건분야는 재정 투입 비율은 최하위권이었지만 재정 효율성은 높았다. 복지 재정투입은 25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으며, 효율성은 대다수 분야에서 2~4위를 차지했다. 복지재정 효율성은 지니계수(양극화 지표), 빈곤율 등을 기준으로 따졌다.

보건 분야도 재정투입은 30개국 중 26~30위였지만, 효율성 지수는 1~6위였다. 홍역 면역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등이 효율성 지표로 사용됐다. 교육은 문맹률, 교사대비 학생수, 진학률 등을 효율성 기준으로 삼았는데, 30개 OECD 국가 중에 재정투입은 지표별로 19~27위였지만 효율성은 1~4위였다.

조세연구원은 당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지출의 효율성 측정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우리나라에서 재정지출규모가 상위권에 속하는 SOC분야의 효율성이 가장 낮게 나와, 재정지출규모의 적정성과 더불어 관련 예산사업들을 재검토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OC 예산의 문제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만 하더라도 OECD 국가에 비해 과도한 SOC 예산 비율을 지적하고, 반대로 OECD에 비해 너무 적은 복지예산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는 보고서가 여러 번 나왔다. 위의 연구도 SOC 예산이 많은데 과연 효율성은 어떠냐를 분석해 보기 위해 위의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 결과와 방법을 두고 기획재정부와의 의견 차이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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