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면 소방관과 유족들은 잃어버린 동료와 가족에 대한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 2001년 3월 4일 서울 홍제동 화재 진압 중 소방관 6명이 한꺼번에 숨진 참사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이 사고는 단일 화재로 가장 많은 소방관이 희생된 참사로 기록돼 있다.
그로부터 11년이나 흘렀지만 유족들은 홍제동 화재 참사는 아직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한 순직 소방관 유족은 "귀중한 생명들이 한 순간에 잿더미 속으로 사라졌지만 소방관 안전 대책이나 처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여전히 소방관들은 매번 목숨을 내놓고 현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1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소방관 진압장비와 보호장비 중 내구연한을 넘긴 노후율은 17.3%, 차량 노후율은 19.4%에 달한다. 화재 진압 출동 시 입는 방화복 수량도 기준보다 7.4% 부족한데다 그나마 4벌 중 1벌은 폐기 대상 수준이다. 소방관이 월급 외에 받는 위험수당은 한 달에 5만원. 매달 20~30회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은 한 번 출동 시 고작 2,000원 안팎의 위험수당을 받는 셈이다.
트위터에서 '백호 소방관'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박헌영씨는 "소방관들은 지금도 맨몸으로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정부와 정치권은 올해 예산에서 소방장비 교체 및 구입 예산 40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족 보상금도 터무니없이 낮아 가장을 잃은 유족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소방 관계자와 가족 등이 자체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식이 돼버렸다. 대한민국순직소방관추모회 김종태 사무총장은 "유족 보상금이 한 달에 100만원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소방관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 유족에게 전달하거나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전국 3만8,000명의 소방관이 순직 소방관 동료 조의금 조로 1만원씩 보아 유족에 전달하고 있다. 2006년 이전에는 소방관 1명당 2,000원씩 모았으나 정부 보조금이 충분치 않아 자체 재원을 늘린 것이다.
추모회는 4월 15일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묘역에서 소방안전 기원 및 순직 소방관 추모식도 개최한다. 행사에는 순직 소방관 유족을 비롯해 전국소방발전연합회 등 관련 기관 및 시민들이 참석해 순직 소방관들의 넋을 기릴 예정이다. 들꽃마을 농장 대표 박일문 씨는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하는데도 대접을 못 받는 분들이 소방관"이라며 "순직 소방관 유족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1,000여명의 폐휴대폰을 기증받아 모은 성금 130만원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