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약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개발한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의사협회가 강력 반발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스마트폰 앱 개발을 홍보하며 '바꿔 먹어도 되는 약'등 의약품 정보 제공을 시작했는데,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건강보험 재정을 줄이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보건 당국이 국민들에게 대체 조제를 홍보하고 부추기는 것은 의사의 처방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건보 재정 절감에만 혈안이 돼 국민건강권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개편되는 약가제도를 알리고 의약품 과다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약의 효능ㆍ효과, 가격, 바꿔 먹어도 되는 약, 4월부터 인하되는 의약품 가격 정보 등을 담은 '건강정보 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2010년 사이 약품비가 연 13.2%씩 증가하는 등 약 사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처방전 당 약 품목 수도 외국의 2배에 달한다.
그러나 의협은 정보를 얻은 환자가 의사가 애초에 처방한 비싼 약 대신 효능이 같은 값싼 복제약 처방을 요구하는 상황이 늘어나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 관계자는 "복제약들이 모두 생동성시험(약품의 효능이 같은지 확인하는 시험)을 통과했다고 하지만 생동성 시험은 A와 B라는 약을 물에 풀었을 때 적정 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같다는 것이지 약효가 똑같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복제약이 사람마다 효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식약청에서 절대적인 수준의 효능 효과 검사를 통과한 안전한 약"이라며 "우리나라 의사 처방약의 40%가 복제약인데 그럼 의사들은 왜 여태까지 복제약을 처방했나"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복제약 처방은 양으로 따지면 42.5%로 영국(49.3%) 네덜란드(48.5%) 등에 비해 약간 낮지만 금액으로는 복제약 처방이 이들 국가보다 2배나 높아 고가 복제약을 사용하는 비중은 가장 높다. 의사들이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고가의 복제약을 사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단순한 정보제공 앱에 대해 의협이 이토록 과민하게 반발하는 것은 결국 성분명 처방을 사전에 차단해 '처방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의협 은 건강정보 앱이 "성분명 처방 의무화의 사전포석"이라며 "(의무화하면) 의약분업 파기 선언으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사 대응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성분명 처방을 하면 같은 성분의 의약품 중 무엇을 복용할지 선택할 권한이 약사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를 강하게 반대해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자는 것이 의약품 정보 제공의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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