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는 남북한 스포츠 교류의 대표종목이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탁구는 스포츠 이상의 힘을 가졌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당시 9연패를 노리던 세계최강 중국을 누르고 여자단체 금메달을 따낸 것이 좋은 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피스 앤 스포츠컵 대회에서는 20년 만에 남북 단일팀이 재구성되면서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국은 유승민(삼성생명), 김경아(대한항공)가 북한의 김혁봉, 김혜성과 복식조를 이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정화 감독과 리정식 북한 감독이 다정하게 셀카를 찍는 등 남북 선수단이 격의 없이 함께 훈련하는 모습에서 남북 스포츠 교류의 재개 가능성도 조심스레 내비졌다.
하지만 지난달 23일부터 마카오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탁구선수권에서 다시 만난 남북 선수단에는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이전 같으면 가볍게 인사말을 주고 받을 사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눈치만 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 대표팀 관계자는 "예전에 국제대회를 가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음식과 생필품 같은 것도 교환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눌 뿐 눈인사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단도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선수들은 경기 후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눈빛만 던지고는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북한탁구협회 관계자도 말문을 닫았다. "김정은 지도자는 체육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바쁘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북한은 국제대회의 경비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입장이다. 국제탁구연맹(ITTF) 에 따르면 북한은 대회 출전경비 지원 요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런 예산 사정 탓에 전력도 예전만 못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마카오=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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