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창립 이래 6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노총이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8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어 4ㆍ11 총선 지원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산하 27개 연맹 중 10개 연맹이 불참을 공식 선언하는 등 대의원 59.5%가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가 불발했다.
한국노총 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이용득 위원장이 민주당의 최고위원을 맡는 등 최근 노총 지도부의 정치적 태도에 대한 내부 반발의 결과다. 대의원대회 불참을 선언한 10개 연맹은 정치와 노동운동의 분리를 주장했다. 정치참여 방식과 범위는 물론 정치참여 여부 자체에 대해서도 내부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직종을 달리하는 연맹의 정치의식의 결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정치적 이해 상충과 갈등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구성원이 되어 정치활동에 나서는 중대 결정을 충분한 내부 조율 없이 지도부가 강행했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72만 명에 이르는 조합원을 안고 있는 한국노총의 영향력에 비추어 지나치게 거칠고 엉성한 의사결정 방식이다. 그런 결정이 구성원 다수의 의사와 동떨어진 것이라면 철회를 포함, 시정 방안을 고민해 마땅하다. 그 고민에서 지도부의 위신과 권위를 돌아보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두어야 한다.
더욱이 한국노총이 지난 18대 총선과 4ㆍ11 총선에서 180도로 정치적 태도를 바꾼 게 특별한 정치노선의 변화보다는 정계진출 가능성에 따른 '철새' 행태라는 의심까지 낳는다. 한국노총은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과 정책연대를 했다가 4명의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한 총선 직후에 이를 풀었다. 이번에는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합쳐 7~9명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의 노선과 정책보다는 금배지를 염두에 두었다는 지적이 일 만하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치참여의 방식과 범위를 재검토하기 바란다. 정당과의 결합 정도가 강할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위험의 회피 수단까지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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