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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수입차와 외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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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수입차와 외제차

입력
2012.03.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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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섰다. 수입차에 대한 관심 역시 부쩍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각종 언론 및 온라인 공간 등에서도 수입차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수입차와 국산차를 구분해 시장을 양분해서 인식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국에 여러 완성차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독일의 경우만 해도, 수입차와 국산차의 비중이 거의 동일하다.

한국에서는 수입차와 국산차를 엄격하게 구분하다보니 긍정적이거나 가치중립적인 경우에는 수입차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경우에는 외제차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주요 임무 중 하나인 수입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왜 두 단어가 서로 다른 어감을 가지고 있는지, 대부분의 산업에서 외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은 반면, 유독 자동차 시장에서는 여전한지 등이 항상 숙제였다.

오래 전 얘기지만 국산품과 외산품의 품질 차이가 분명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외제'라는 단어는 높은 품질을 상징하는 단어였지, 부정적인 어감이 아니었다. 아마도 외제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과거 국산품을 사용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국가적 운동이 벌어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수입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떳떳하게 느껴지지 못할 정도였으니 외제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어감이 더해지기엔 충분한 조건이었다.

수입차 산업 역시 초창기에는 주로 외제차로 불리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초기에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러 가던 수입차 운전자에게 폭언을 퍼부어 논란이 되었던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있었다. 하지만 우리 나라가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수입 제품을 경계할 이유가 더 이상 없어졌다. 사회적으로도 다양성이 커지고,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국산과 외제의 구별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가전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한 때 일본제 밥솥은 주부들의 로망이었다. 거실에 놓인 외국산 TV는 은근한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집집마다 밥솥은 국내 중견기업의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굳이 외산 TV를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의 대형 가전 매장에 가보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들은 다름 아닌 한국 브랜드 제품들이다. 뒷줄로 밀려난 일제 가전제품보다 더 비싼 값을 받고 있다. 한국의 가전 산업이 이토록 빠른 발전을 보인 것은 외산 제품이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산업의 발전이 더뎠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위협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인식이다. 수입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8% 수준으로 미미한 수준이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수입차 브랜드의 수가 20개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각 수입차 브랜드가 차지하는 시장의 지위는 아직도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차량 및 부품 가격 등의 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국산차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수입차가 위협요인이라기 보다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자극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00만대 수준의 안방 시장에서 수입차와 경쟁하는 것은 7,000만대를 넘어서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위해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 치르는 본선은 훨씬 치열하다. 국내에서 전초전을 치른 후 충분한 준비를 하고 나간다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아사다 마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극복해야 할 라이벌이 있으면 실력 향상이 빠르기 마련이다. 수입차 산업을 막연히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의 자극제 역할을 하는 파트너로서 인식한다면 그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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