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비밀인데, 오프 더 레코드인데,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라는 추임새를 우리는 매일매일 얼마나 곁들이며 사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미치게 소리치고 싶을 때 둘러보니 철통 자물쇠가 예밖에 없구나, 말 쏟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했을 때 우린 이를 지인이라는 인연으로 엮고 그 틈이 새어나가지 않게끔 평생 풀 바르며 다져가지.
풀이라고 해서 뭐 특별하게 쑤는 물이겠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술잔을 기울일 때 그로부터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저마다의 침이겠지. 내 침과 네 침이 섞여 더욱 끈끈해지는 말의 아교. 그러나 그 성능을 시험해본답시고 자신하고 자만하다 끝끝내 가슴을 탕탕 치는 모션으로 우리가 한숨 속에 섞어 뱉고야 마는 말 또한 있지.
이를테면 세상에 비밀은 없구나, 확성기 탔구나, 결국 내 혀를 잘라야지 누굴 탓하랴, 라는 후회막급의 한탄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순간마다 여러 처방을 받아봤으나 그중 가장 탁월한 효과를 자랑하는 약은 역시 침묵밖에 없는 듯하다.
이해와 오해라는 양 라켓 사이에서 핑퐁 소리를 내며 잘도 튀는 말의 그러거나 말거나 전법으로부터 우리는 늘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말에 달린 발을 믿을 게 아니라 말이 지칠 때까지 말 없음으로 버티는 게 말과의 게임에서 이겨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거듭 확신하게 된 연유, 거참 CCTV 만든 사람 누군지 몰라도 완전 천재라니까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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