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검사에게 특정인 기소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헌법에 보장된 검사의 기소독점권을 침해한 대목 등은 오히려 나중에 따질 일이고, 법원과 검찰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소와 판결의 거래'를 도모했다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감당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부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한 네티즌을 담당 박은정 검사에게 기소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이다. 2005~2006년 때의 일이었고, 기소된 네티즌은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판사-검사 사이의 청탁 의혹이 외부로 확산된 것은 '나꼼수'의 폭로 때문이었다. 박 검사가 검찰 내부에 이런 사실을 이미 보고했으며, 스스로 고백했다고 폭로했다.
인터넷 나꼼수의 주장을 수사기관이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많은 국민들에게 의혹 이상의 수준으로 전파되어 법원과 검찰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게다가 의혹 자체에 대해 나 전 의원 측이 나꼼수 쪽을 다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함으로써 수사 중인 상태다. 하지만 경찰은 당사자들이 국회의원-판사-검사-나꼼수여서 그런지 적극적 수사를 주저하는 형편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소청탁을 받았다는 박 검사가 실상을 밝히면 되고, 당시 박 검사의 보고를 받았고 이번에 다시 박 검사를 조사했다는 검찰이 하루빨리 사실을 설명하면 된다. 밝힐 의무가 없다거나 해명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들은 의혹만 더 키우게 된다. 이런저런 눈치를 볼 사안이 아님을 당사자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실상이 드러나면 누구든 엄정히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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