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마라토너 리차드 도노반(46ㆍ아일랜드)이 닷새 동안 남극→아프리카→남미→북미→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 등 7개 대륙에서 7개 마라톤대회를 완주하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낳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닷새가 아니라 4일 22시간3분이 걸렸다. 총 비행 이동거리는 4만3,540km. 이동거리는 물론이고 '인간의 육체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사상 초유의 도전이었다.
미 CNN방송은 1일(한국시간) 도노번과 인터뷰에서 앵커가 대놓고 "미친(Insane) 마라토너"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동안 지구촌을 자신의 안방처럼 누빈 도노반은 21.095km 하프마라톤으로 '꼼수'를 쓴 게 아니라 42.195km 풀코스를 오롯이 두 발에 의지해 달렸다. 기온차이가 섭씨 50도에 가까울 만큼 극한을 오가는 여건에서도 평균 4시간15분에 골인할 만큼 호기록이었다.
첫 출발지는 남극대륙이었다. 1일 만년 빙하지대 안타르티카에서 열린 마라톤이다. 도노반은 현지시간 19시에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나섰다. 어둠이 밀려올 시간이지만 백야현상으로 주위는 대낮처럼 환했다. 남극 러시아 노보 공군기지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선 다른 시간대를 택할 여유가 없었다. 영하 20도의 혹한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소지품은 배낭 한 개뿐. 그는 결승선 골인직후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정기 비행노선을 이용했다. 가장 값싼 이코노미석에서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했다.
6시간 비행끝에 4,200km를 날아 케이프타운에 안착했다. 현지시간 22시 하늘엔 별빛만 가득했다. 하지만 남아공에서 허락된 시간은 9시간. 이중 2시간은 케이프타운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비행시간 몫이었다. 그는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신발끈을 묶고 밤을 도와 달렸다. 2일 7시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한 뒤 10시 브라질 상파울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서양 6,580km를 가른 8시간45분의 비행은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같은 날 16시30분에 상파울로에 도착한 도노반은 다시 레이스에 나섰고 3일 새벽 1시20분에 미국 올랜도를 향해 날았다.
7시5분에 올랜도에 도착한 그는 레이스를 마친 뒤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런던 개트윅 공항행 비행기가 18시25분에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7,000km를 날아 4일 7시35분에 런던에 도착했다. 5개 마라톤을 '여유 있게' 완주한 도노반은 이제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목적지는 홍콩. 개트윅에서 히드로 공항으로 옮긴 그는 장장 11시간40분에 걸쳐 9,640km를 가로질러 5일 13시45분 홍콩에 발을 디뎠다. 23시55분 마지막 여정인 호주 시드니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 도노반은 6일 12시15분에 시드니 공항을 빠져 나와 19시 정각, 마침내 4일 22시간3분이 소요된 7대륙 295.365km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도노번의 이번 레이스는 아프리카 기아를 돕는 인도주의 단체 'GOAL' 기금 마련을 위해 열렸다. 그는 골인직후 "나는 완전 연소했다. 물조차 마실 힘도 없다"고 피로감을 호소했으나 "이것이 마지막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또 다른 울트라 레이스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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