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북미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북한은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각각 후속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과는 식량(영양)지원과 비핵화 사전조치를, IAEA와는 영변 핵시설 사찰을 논의한다. 미국과 IAEA는 2월 29일(현지시간) 북한에 이행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북한은 침묵을 지켰다.
북미는 뉴욕채널을 통한 이행협상에서 핵 활동 잠정 중단, 영양지원 시기와 방식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날 "협상 시기와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나 곧 만나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북미회담 실무진을 이끌고 3월 7, 8일 방미할 것으로 알려져 북미 당국자가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영양지원은 국무부가 '마지막 협상단계'라고 밝혔듯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4만톤을 한 달에 2만톤씩 12개월에 나눠 준다는 계획이다. 인도적 지원이란 명분을 살리려면 늦어도 춘궁기인 3, 4월에 첫 2만톤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
본격 지원에 앞서 미국은 북한을 향해 비핵화 사전조치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무부 당국자는 북한에 "먼저 IAEA와 만나 영변 사찰 협상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IAEA도 "영변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협상이 진행돼도 북한과 IAEA는 사찰 방식, 범위를 놓고 이란, 이라크에서처럼 숨바꼭질을 할 수 있다.
이행협상의 최대 현안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가동 중단이 될 전망이다.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과 함께 비핵화 조치의 핵심인 UEP 가동중단에 대해 미국은 핵심부분 해체가 포함된 불가역적 단계를 목표로 삼았다. 북한은 가역적 단계인 IAEA의 검증까지, 다시 말해 사찰단에 UEP를 공개하는 정도만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북미간, 북한과 IAEA간 이행순서와 수위를 정하는 것은 풀기 힘든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 협상이 원칙 합의보다 세부 현안을 조율하는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협상할 때 악마는 디테일(세부사항)에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행조치 확인 뒤에 논의가 가능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협상에 참여한 미 국무부 인사는 김정은 체제에서 9주간 진행된 협상 과정이 수수께끼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순간 협상이 불가능해 보이다가 하루 이틀 지나면 상황이 반전됐다"면서 "3차 북미 회담이 하루 더 연장된 것도 북측 협상단이 평양에 가 훈령을 받아와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례가 드문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김정은 권력의 공고화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을 낳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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