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맏형인 금융위원회가 '살 집'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 세 들어 산 지도 3년여. 동생 격인 금감원과 티격태격하다 인근 금융투자협회 건물로의 이사를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금투협 노조의 반발로 무산될 처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투협 건물 입주를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총 23개 층인 금투협 건물은 현재 2개 층이 비어 있는 상황. 350명에 이르는 금융위 인력이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최소 5개 층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미 입주해 있는 자본시장연구원 및 금투협 회원사들이 사무실을 비워줘야 한다.
금투협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달 27일 금융위 이전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일에는 청와대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연임 금투협 노조위원장은 "권력을 앞세워 회원사들을 몰아내겠다는 것은 용역 깡패나 다름없는 짓"이라며 "더욱이 시세보다 싼 가격에 입주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금투협 경영진은 배임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위 측은 "금투협 건물은 4~5개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일 뿐이었고 여의도 일대 다른 곳도 알아보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금융위가 임대료가 비싼 여의도 일대의 건물로는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 세종시 이전으로 비게 되는 과천청사나 광화문청사가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아직은 말만 무성할 뿐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금감원 건물에 눌러앉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선 이후 조직개편이 논의될지도 모르는데 덜컥 이사했다가 1년도 채 안 돼 다시 옮겨야 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위에 연간 18억원의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3개층을 내주는 대신 인근 하나대투증권 건물 2개층을 22억~23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이용하는 처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대체 금융위 때문에 언제까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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