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유럽 2위(세계 8위)인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앵과 손을 잡았다. 유럽 자동차 시장 판도에 지각 변동이 올 수도 있는데, 윈-윈이 될 좋은 만남일지, 실익 없는 악수(惡手)가 될지,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AP통신은 1일 GM이 푸조의 지분 7%를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신차 개발과 자제ㆍ부품 공동구매 등 장기적ㆍ포괄적 협력 관계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먼저 소형, 중형, 다목적 차량, 크로스오버 등에 대한 플랫폼과 모듈을 공동 개발하고, 나아가 미래형 친환경 차량으로 그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AP통신은 "두 회사는 공동 개발로 각각 10억 달러씩, 매년 20억 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공동 개발한 첫 차는 2016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합작 회사를 세워 부품ㆍ자재 등을 공동 구매키로 했다. 대신 자동차 판매와 마케팅은 따로 진행한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건 유럽 시장에서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 GM은 지난해 유럽에서만 7억4,700만 달러를 손해 봤고, 푸조 역시 하반기에만 6억6,4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공동 개발, 공동 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유럽 시장 내 손실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번 짝짓기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은행의 에릭 하우저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가 유럽에서 만드는 자동차 4대 중 1대는 팔리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만드는 상황에서 이번 협력은 기대하던 모양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GM의 유럽 자회사인 독일 오펠이나, 푸조 모두 소형차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휴의 시너지도 별로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구겐하임 시큐리티의 매튜 스토버 애널리스트는 "푸조에게는 GM이 필요할 지 몰라도 GM에게는 푸조가 소용 없다"며 "유럽에서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GM에게 이번 협력은 되려 더 큰 숙제를 떠안길 지 모른다"고 밝혔다.
사실 GM이나 푸조 모두 짝짓기를 통해 재미를 본 적이 별로 없다. GM은 과거 20억 달러를 들여 이탈리아 피아트와 손 잡았지만 별 성과 없이 5년 만에 관계를 청산했다. 푸조는 피아트(상업용 밴), 포드ㆍBMW(엔진) 등과 이미 제휴를 맺고 있어, 이들이 협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댄 애커슨 GM회장은 "합병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적 제휴"라고 선을 그었고, 필립 바랭 푸조-시트로앵 회장도 "(제휴와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회생을 위한 합리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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