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도 친구도 새로 만나고, 교과서도 공책도 새로 장만한다. 새 마음으로 공부하라고 책걸상 사주는 부모도 많다. 책걸상 살 때 부모들은 흔히 자녀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걸 선택하곤 한다. 그래야 진득하니 앉아 공부 잘 할 거라는 생각에.
그러나 의자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자세다. 특히 디자인 위주로 선택한 의자는 아이 성장발달 단계에 잘 맞지 않아 척추에 자칫 해가 될 수 있다. 의자가 몸에 맞아야 자세도 바로 잡고 집중력도 높아진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너무 크면 어깨 움츠러들어
처음 의자에 앉기 시작하는 3, 4세 아이에게는 기본적인 모양의 플라스틱 의자가 무난하다. 다만 너무 어린 나이라 앉거나 일어서면서 부딪치고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제품 등 다칠 염려가 적은 의자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5~7세는 혼자 책을 보려고 시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의자에 앉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다. 그런데 성장이 활발한 때라 자녀의 신체보다 일부러 더 큰 의자를 사서 쓰게 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하지만 너무 큰 의자에 앉으면 책상과의 눈높이 차이가 커지고 어깨가 움츠러들어 아이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성장 속도를 고려한다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의자를 선택해 키에 맞게 앉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낫다.
초등학생 때부터는 의자 선택뿐 아니라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 학습시간이 전에 비해 본격적으로 늘기 때문에 잘못된 자세가 굳어지면 앉을 때 압력을 받는 근육과 척추에 무리가 가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관절척추전문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은 "한번 변형된 척추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되돌리기 어렵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변형이 진행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변형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상책이다.
오래 앉아 있기 편하라고 아이에게 푹신푹신한 의자를 골라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등받이는 어느 정도 단단한 걸 써야 한다. 지나치게 푹신하면 몸을 받쳐주기 어려워 오히려 허리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팔걸이도 바른 자세 유지에 도움이 된다. 바퀴 달린 의자는 편하긴 하지만, 집중력에 방해될 우려가 있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라면 고정된 의자가 낫다.
등받이는 필수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는 아이들의 평균 신체 사이즈에 맞게 제작됐다. 그러니 성장 속도에 따라 책걸상 높낮이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불편한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허리에 쉽게 부담이 갈 수 있다. 김 원장은 "보통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도 허리에는 서 있을 때보다 4배 가량 힘이 더 들어간다"며 "의자가 맞지 않으면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곧게 펼 수 없는 경우 힘이 허리로 더욱 집중돼 통증이 생기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중ㆍ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교실에서 자기 몸에 딱 맞는 의자를 찾지 못했다면 쿠션이나 수건을 이용해 높낮이를 대략이라도 조절해주면 도움이 된다. 앉을 때는 엉덩이를 가능한 의자에 깊숙이 밀착시킨다. 허리를 너무 꼿꼿하게 세우면 오히려 몸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등을 기댄 자세에 맞게 편안히 대는 정도가 적당하다. 또 몸에 맞지 않는 의자에서 엎드려 자는 건 특히 피해야 한다.
간혹 공부하다 졸지 말라고 집에서 등받이 없는 의자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등받이가 없으면 기댈 곳이 없어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팔을 무릎에 얹고 윗몸을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앉을 때 등을 기대는 건 허리에 가는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서도 등을 충분히 기대지 않으면 등받이 없는 의자처럼 허리에 무리가 가는 건 비슷하다.
성적만큼 자세에도 관심을
앉아 있을 때 허리가 아프면 척추질환이 생기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청소년 시기에 맞지 않는 의자에 앉거나 자세가 잘못돼 생기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 허리디스크와 척추측만증을 꼽을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허리 척추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뒤쪽으로 밀려 신경을 누르면서 아파지는 병이다. 허리뿐 아니라 다리와 엉덩이까지 아프며, 운동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도 통증을 느낀다.
척추측만증은 바로 선 자세에서 앞이나 뒤에서 봤을 때 척추가 곧지 않고 한쪽으로 쏠리거나 휘어진 상태다. 별다른 통증 없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평소 부모가 자녀의 자세가 기울어지지 않았는지 자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청소년기에 생긴 척추질환은 초기에는 자세 교정이나 스트레칭 같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진행되면 수술이 불가피하다"며 "일찍 발견하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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