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7월부터 한국인들이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겨둔 돈을 국세청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세금 추적을 피해 스위스 비밀계좌를 활용해 온 기업과 부유층 등의 비자금 추적과 역외 탈세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세청은 “2010년 정식 서명을 거친 한ㆍ스위스 조세조약 개정안이 최근 국회 비준동의를 완료해 스위스 내 금융정보를 포함한 조세정보 교환이 가능해졌다”고 1일 밝혔다. 스위스 은행들은 철저한 고객관리와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해 전 세계 검은 돈의 전용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작년 1월 1일 이후 과세 관련 정보를 교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한국인이 스위스 은행에 넣어놓은 비자금이나 은닉 재산을 조사ㆍ과세할 수 있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 등 범죄혐의가 있는 내국인의 스위스 비자금 계좌 등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과 조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등 사정기관은 그 동안 대기업과 부유층 조사 과정에서 불특정 자금이 스위스 계좌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도 관련 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어 수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4,000억원대 세금추징 조치를 당한 시도상선 권 혁 회장도 스위스 계좌에 재산을 은닉해둬 추징에 어려움을 겪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해외에 밀반출한 혐의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스위스 계좌를 조사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스위스 의회는 7월 중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어서 발효는 그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위스 정부가 금융정보 제공범위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는 범죄혐의가 확인된 특정 계좌로 제한될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양국 모두 탈법사실이 입증된 기업이나 개인의 계좌 확인이 가능할 뿐,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역외소득 탈루 및 재산 은닉 가능성이 큰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조세정보교환협정을 체결해 비자금 추적 및 탈세 정보 교환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박관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