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상승세를 타던 민주통합당이 4ㆍ11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3각 파도를 만나 허우적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란에서 보여준 전략 부재가 야권연대 협상 교착 상황으로 이어진데다 공천을 둘러싼 내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바일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인단 불법 모집 의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사태까지 겹치면서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다 과반 의석은 고사하고 제1당을 차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달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을 추월했다가 최근 다시 역전되는 등 위기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자살 사고까지 부른 불법 선거인단 모집 의혹은 29일 호남을 넘어 수도권까지 밀어닥쳤다. 이날 경기 양주ㆍ동두천 지역의 모 후보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선거인단을 대리접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진상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민주당은 앞서 자살 사고가 발생한 광주 동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고 불법 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선거인단 대리접수 의혹이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제기되면서 경선 불복 가능성 등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는 (여론조사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방법을 도입하자고 했는데 지난달 지도부 경선의 모바일 투표에 도취돼 강행했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날 3차 공천 심사 결과 발표에서 현역 의원 탈락이 전무한 가운데 김진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일부 유력 인사들이 제외되면서 공천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친노 그룹과 486세대 중심의 '기득권 챙기기' 공천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체성을 앞세우다 중도층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이인영 김부겸 최고위원 등도 이날 '계파 야합, 친노 부활, 무차별 단수 공천' 문제를 지적하며 궤도 수정을 주문했다. 급기야 이날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은 공천 심사 결과를 뒤집은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천 심사 일정을 보이콧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한미 FTA 폐기를 주장했다가 '말 바꾸기'논란의 역공에 휘말렸던 한명숙 대표는 야권연대 협상 전략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지역별 협상이 진행 중인 영남을 제외하고 '10+10안'(수도권과 기타 지역 각 10석)을 요구하자 민주당이 '4+1안(수도권 4석과 충청 1석)으로 응수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상태이다.
총체적 위기 속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4, 25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800명)에서 새누리당이 38.2%로 민주당(32.9%)을 앞지른 데 이어 27일 실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이 38.6%의 지지율로 민주당(31.1%)을 따돌렸다.
야권 원로들은 "지도부가 총선 승리의 낙관을 넘어 자만과 오만에 빠져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하며 총선 전략 수정을 주문했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도부가) 분위기에 도취해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이대로 가면 과반 의석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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