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68) 전 법무부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일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대한 수사 종료를 선언했던 것과 관련, 최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수사도 종결된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대금 13억원 밀반출 의혹에 대한 최근의 검찰 수사를 사실상 독려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대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날 중수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는 종료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정정을 요청했다.
2009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박연차(67)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은 데 대해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그 해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공소권 없음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김 전 장관의 발언은 당시 검찰의 공소권 없음 처분은 노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될 뿐, 노 전 대통령의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이 통화 중에 '표현이 잘못된 기사가 있으니, 기회가 되면 바로잡아 달라'는 취지로만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상대로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전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전직 장관으로서 수사팀에 대해 부당한 수사 지시를 한 데 대해 해명해야 하고, 자숙할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이 일자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며 "중수부장이 잘못 알고 있을까 봐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고, 언론에 공표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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