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이 해외와 토종간 SPA(제조유통 일괄형의류) 브랜드의 격전장이 됐다.
당초 명동 상권을 선점했던 유니클로, 자라, 망고, H&M 등 해외 유명 SPA브랜드를 향해 토종 브랜드 두 곳이 대형매장을 오픈하면서 도전장을 내민 것.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의 야심작인 ‘에잇세컨즈’의 2호점이 지난 24일 오픈한 데 이어, 이랜드의 여성 SPA브랜드 ‘미쏘’도 29일 600㎡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SPA 브랜드는 패션회사가 기획ㆍ생산ㆍ유통(판매)을 모두 책임지는 형태를 말한다.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을 빠르게 생산해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가 거의 없지만, 판매점포까지 모두 운영하므로 브랜드 실패시 부담도 크다.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의 경우 전세계 수천 곳의 매장에 같은 옷을 공급하기 때문에 제작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반면 국내 SPA 브랜드는 국내 매장에만 제품을 공급하므로 단가를 낮추기 어려운 면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인지도를 따라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랜드가 미쏘, SPAO, 미쏘시크릿 등 다양한 토종 SPA 브랜드를 수년 전 내놓았지만 성과가 미미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중소 브랜드인 코데즈컴바인, 베이직하우스도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함께 실용적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토종 SPA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도 전보다 높아졌다. 2000년대 초 3,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던 SPA 시장은 지난해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커졌고, 2015년에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해외 SPA브랜드의 집결지나 다름없는 ‘패션 1번지’ 명동에 연이어 대규모 국내 SPA 매장이 들어선 것 자체가 흥행요소라는 평가다. 미쏘는 명동 중앙거리의 엠플라자(자라, 포에버21 입점)와 H&M 매장 사이에 매장을 냈고, 에잇세컨즈 역시 자라, 망고, H&M 등이 입점한 눈스퀘어 바로 인근에 터를 잡았다. 해외 SPA 브랜드 의류를 사러 온 고객들이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잠깐씩 들러 손쉽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해 매장 위치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에잇세컨즈와 미쏘 매장 오픈 당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동이 나는 제품도 꽤 눈에 띄었다.
현재 다른 글로벌 SPA 브랜드들도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자라를 보유한 스페인 인디텍스그룹의 ‘오이쇼’와 미국 유명 의류업체인 아베크롬비&피치의 ‘홀리스터’가 국내 진출할 사실상 확정 지은데 이어 영국, 스페인, 미국 등의 SPA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토종SPA 브랜드들은 걸음마 수준이라 성인이나 다름없는 해외SPA 브랜드의 공세에 어떻게 맞설 지 결과를 예상키 힘들다”면서 “SPA상품의 특성상 결국은 트렌디한 제품을 얼마나 신속하게 얼마나 저렴한 내놓는냐, 즉 가격과 비용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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