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유가 파동… 日 기름값은 왜 잘 안오르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유가 파동… 日 기름값은 왜 잘 안오르나

입력
2012.02.29 12:04
0 0

“같은 원유를 쓰는데 왜 일본은 영향을 받지 않는지, 일본과 우리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라.”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뜀박질하는 국내 기름값과 관련, 일본을 예를 들며 대책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관련 부처들은 일본의 유가시스템 분석에 들어 갔다. 실제로 일본의 기름값은 국제유가 급등락에도 우리에 비해 오르내림이 훨씬 적은 편인데, 전문가들은 경쟁 지향적인 유통구조와 낮은 세금비중 등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유가시스템을 배경으로 지적하고 있다.

29일 한국석유공사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휘발유값은 지난해 2월 ℓ당 138.1엔에서 올 2월엔 143.5엔으로 4% 올랐다. 이에 비해 국내 기름값은 같은 기간 1,853원에서 1,987원으로 7%나 상승했다. 대체 일본은 우리나라와 뭐가 다른 것일까.

우선 유통구조가 다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1년 정유시장을 완전 자율화하면서 우리나라 상표표시제(폴 사인)와 같은 주유소 공급증명원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는 여러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을 뿐 아니라 외국에서 직접 수입도 할 수 있다. 결국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의 지배권이 약화되면서 원가가 올라도 정유사가 함부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주유소가 1개 정유사의 ‘전속’형태로 되어 있다. 싼 기름을 가져다 쓸 수도 없고, 정유사가 값을 높이면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의 경쟁도도 일본이 훨씬 탄력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가 휘발유시장을 과점하고 있지만, 일본은 총 10개 정유사가 기름을 공급해 훨씬 경쟁이 심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특정 정유사에 소속되지 않은 자가 폴 주유소(24.8%) ▦셀프주유소(20.6%) 등 저렴한 주유소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우리에 비해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도 한 요인. 한국과 일본은 모두 국제유가 등락과 관계없이 고정된 세금을 매기는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유류세가 ℓ당 56.8엔으로, 우리는 ℓ당 745.89원(부가가치세 10% 제외)으로 고정돼 있는데 전체 휘발유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 약 40%로 한국(47%)보다 상당히 낮다.

결국 고정으로 떼는 세금은 적고, 치열한 경쟁구도와 시장질서를 통해 유통비용마저 낮으니 그만큼 국제유가 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고유가 해법을 우리나라 역시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자가 폴 주유소를 늘린다거나 값싼 석유완제품 수입을 늘린다거나 하는 정책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항들이지만 늘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면서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착관계를 깨야 제대로 경쟁이 이뤄지고 가격이 내려갈 텐데 정부도 말만 했지 그걸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유통구조 개편 못지 않게 유류세 인하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기름값이 안정되어 있는 건 기본적으로 세금 때문인데 우리 정부는 세금은 손대지 않고 다른 것만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일본은 작년 4월 이후 엔고로 인해 유가 상승분이 환율로 상쇄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상승에 환율상승이 겹쳐 국내 유가가 이중으로 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