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국방개혁 307계획의 불편한 진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국방개혁 307계획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2.02.29 12:00
0 0

국방개혁 관련 개정 법률안들은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18대 국회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핵심 쟁점이었던 상부지휘구조 개편, 즉 국군조직법 개정안은 불과 두 달 만에 성안되어 작년 5월 국회로 제출되었다. 이 안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출범했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나 국방선진화위원회에서 제안했던 안과 다르고 2010년 12월 29일 대통령 국방업무보고 시에 제시되었던 군 구조와도 전혀 다른 급조된 안이다. 이런 안을 국방부는 지난해 3월 7일 청와대에 보고하고 바로 다음날 '국방개혁 307계획'을 언론에 발표하면서 군 상부지휘구조는 확정되었다고 선언했다. 우리군의 지휘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엄청난 사안을 군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합동참모회의나 군무(軍務)회의 한번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상부지휘구조는 확정되었다고 발표해버린 것이다. 그 후 국방부는 그 발표 내용에 모든 것을 꿰맞추는데 총력을 집중했다. "예비역들의 말은 듣지 말라", "현역이 반대하면 항명으로 간주하여 인사조치하겠다", "각군총장의 계급을 중장으로 강등 시키겠다"는 등 엄포를 놓아 현역들의 언로를 막아버렸다.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끝난 뒤에야 예비역들을 불러 모아 설득 작업을 벌이고 법안을 국회로 넘긴 뒤 형식적인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다고 주장했다. 6월 임시국회 중에 이 법안들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황급히 서두르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행정 절차를 지키는 모양새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이 정부의 문제점으로 회자되는 소위 불통의 극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이 법안들을 심의하기 위해 두 번의 공청회가 열렸다. 작년 6월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방부는 이미 언로가 막혀버린 육ㆍ해ㆍ공군 현역 장성들을 진술인으로 내세워 반대 측 예비역들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 여론을 찬성 쪽으로 몰아가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찬반 측의 발표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이 지닌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 측에서 주장하는 문제점들이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1월에는 법안심사 소위원회 주관의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에는 장관출신, 참모총장출신의 육ㆍ해ㆍ공군 예비역들이 반대 측 진술인 혹은 방청인 자격으로 참가하여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다. 이날 참석했던 법안심사소위 위원들 대다수가 반대 측 의견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5년 전작권 전환에 대비하여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모순투성이의 법률개정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법안심사소위가 이 법안을 통과 시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국군조직법 개정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합참의장이 각군총장을 작전지휘하고 이에 따르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육군의 야전군사령부와 해ㆍ공군의 작전사령부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뭔가 획기적인 개혁성과를 업적으로 내놓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모순투성이의 개혁안을 아무런 공감대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 개혁 법안들의 국회 통과에만 목을 매고 있는 동안 다른 개혁과제들과 2007년 한ㆍ미간에 합의되어 추진되어 왔던 '전작권 전환이행을 위한 전략적 전환계획'도 제대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천안함 사태 이후 약 2년간 국방개혁과 전작권 전환 준비는 사실상 실종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국방부는 물거품이 된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고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북한의 군사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도 주시하면서 6ㆍ25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취약기라고 말하는 2012년, 그리고 향후 몇 년간 완벽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미 추진되고 있었던 전작권 전환 준비와 70여개의 다른 개혁과제 실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