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사진) 현대차 부회장은 얼마 전 두 가지 종류의 차량 컬러를 만들어보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하나는 보는 각도에 따라 오렌지색 혹은 녹색 등 다양한 느낌이 나는 이른바 '카멜레온 색'이고, 다른 하나는 군용 차량처럼 반짝거림이 없는 '무광택'컬러였다.
차량 외관에 쓰이는 컬러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카멜레온색이나 무광택은 지금까지 국내에선 한번도 쓰인 적이 없는 것들. 해외 자동차회사들도 슈퍼카처럼 한정 생산차량에만 몇 차례 쓰였을 정도다. 정 부회장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꼭 한번 만들어보자"고 이 분야 담당자들에게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낯선 두 컬러는 이르면 이달 중 국내 출시될 '벨로스터 터보'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이처럼 요즘 '컬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디자인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디자인 경영'을 주도했던 정 부회장이 이번엔 그 연장선상에서 '컬러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낯선 색깔의 도전에는 리스크가 많다. 세계적 안료회사 독일 머크의 최형섭 디자인센터 소장은 "카멜레온색은 안료를 얼마나 덜 섞고 더 섞느냐에 따라 색이 확 달라질 수 있어 대량생산 하기에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안료 값도 5~6배 비싸다"면서 "무광택 역시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익숙하지 않은 색이라 대중에게 호응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정 부회장이) 도전해보자고 한 것은 품질 못지 색채, 인테리어 등 디자인이 뒷받침되어야만 진정한 글로벌 메이커에 올라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기아차에서 초반 부진을 거듭하며 경영자로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도전으로 결국 디자인경영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비록 기대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적 명품회사 프라다와 손잡고 '제네시스 프라다' 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