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하자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이 "제주도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만 입출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는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제주도민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며 "제주 해군기지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무총리실은 기술검증위원회가 밝힌 설계오류 문제가, 국방부가 한국해양대학에 맡겨 실시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소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일방통행뿐인 제주 해군기지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가 이에 합당한 책임과 대가를 지불하도록 국민의 분노를 모아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방침은 한마디로 제주도민에 대한 선전포고일 뿐"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정부당국과 군의 입장이 구체화된다면, 제주 땅에서는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갈등이 증폭되면서 증오만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정부의 강행추진에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은 "정부의 입장은 묻지마 공사강행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사가 강행될 경우 혹여 생길지 모르는 불상사나 해군기지사업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에 대해서는 안하무인격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왜 수년째 논란을 겪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의혹이 일고 있는 항만설계 검증문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도는 국방부의 추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시뮬레이션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의회도 27일 열린 임시회에서 "검증위 결과보고서에 드러난 항만설계의 문제점은 국방부, 국회, 제주도가 추천한 전문가가 입회한 중립적인 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검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지역사회의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