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아닌 시민이 주인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센터 '여울쉼터',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지체장애인 자립시설 '착한 목자의 집', 여성 알코올 의존자 치료 공동체 '다스林'….'공익브랜드나눔커뮤니티 매아리'가 지난 2년간 기부한 이름들이다. 부르는 순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이들 이름에 어울리는 로고까지 디자인해줬다. 그렇게 새 이름을 얻은 사회복지단체가 벌써 20여 개에 이른다.
'공익브랜드나눔커뮤니티 매아리'는 브랜드컨설팅 회사 브랜드앤컴퍼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32)씨와 네이밍정보 카페 '브랜드풀' 운영자 진근용(33)씨가 "기업들의 돈벌이용 브랜드가 아닌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자"며 2009년 말 만든 재능 기부 모임이다.
'매아리'는 함경도 사투리로 '열매'라는 뜻인 동시에 '매일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이름'의 줄임말. 공익적 활동을 하는 영세 단체에 무료로 브랜드 컨설팅을 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마케팅 등 관련업종 종사자는 물론 일반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브랜드 기부'라는 생소한 영역을 개척하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들의 첫 작품인 노인 대상 무료 급식 단체 '한길봉사회'가 2010년 재정난으로 한때 무료 급식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던 적도, 영세 재단인줄 알고 도왔는데 나중에 건물 2채 등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것이 밝혀져 씁쓸했던 적도 있었다. 밤을 새고 주말을 바쳐 만든 브랜드인데 정작 기부 받은 단체에서 예산과 이해 부족으로 전혀 활용하지 않아 허탈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다. 최씨는 "올해는 브랜드가 단순히 이름, 로고가 아니라 좋은 뜻을 담아 퍼뜨릴 수 있는 문화적 매개라는 점을 더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4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비영리 정보 공유 커뮤니티, 공정여행, 공정무역 커피 등의 브랜드를 만들고 그 이후에는 대중교통 에티켓 등 공공 예절 관련 아이콘으로 스티커와 액세서리 등을 디자인해 배포하는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대형마트 때문에 사라져 가는 동네 구멍가게들을 되살릴 수 있는 브랜드도 구상 중이다.
브랜드를 기부 받은 단체들이 그 브랜드를 통해 꾸준히 민간 기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찾고 있다. 예를 들면 한 단체마다 하나의 후원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식이다.
최씨는 "기업들이야말로 브랜드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집단인 만큼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공익 브랜드 나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공익적 활동은 적선이 아닌 양방향적 나눔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류 회사가 알코올 중독자 치료 시설 브랜딩 작업을 후원한다면 회사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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