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부인 고 박두을씨와 사이에서 둔 모두 3남 5녀를 낳았다. 인희-맹희-창희-숙희-순희-덕희-건희-명희 씨의 순이다. 새한그룹을 이끌던 창희씨가 사망하고 현재 7명 남매들이 남아 있다.
이번에 소송을 낸 이맹희씨와 이숙희씨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후계구도나 유산분배에서 소외됐다는 점이다.
우선 장녀 이인희씨에겐 한솔그룹, 막내 이명희씨에겐 신세계그룹이 각각 돌아갔다. 한솔그룹은 규모의 열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신세계그룹은 초대형재벌로 성장했다. 두 자매는 결과적으로 상당 규모의 상속을 받은 셈이다.
이에 비해 장남 이맹희씨는 후계구도에서 배제된 뒤 국내외에서 유랑생활을 했다. 아들 이재현 회장이 제일제당을 이끌고 삼성그룹을 벗어나 지금의 CJ그룹을 키웠지만, 앙금은 여전하다는 사실이 이번 소송을 통해 확인됐다.
차남이었던 고 이창희씨 역시 고 이병철 창업주의 눈밖에 나 일찌감치 새한그룹을 이끌고 삼성과 결별했다. 하지만 1991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이후 새한그룹이 외환위기 와중에 공중분해되면서 자녀들의 삶도 불운해졌다. 장남 이재관 전 새한부회장은 옥살이를 했고, 그 아래 아들 이재찬씨는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에 오빠 맹희씨와 함께 유산반환 소송을 낸 이숙희씨는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이다. 결혼 당시만 해도 한국 재계의 쌍두마차인 두 가문이 혼인을 맺는다는 사실이 큰 화제가 됐고, 구자학 회장은 제일제당 말단사원부터 시작해 74년에는 호텔신라 초대 사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이 LG(당시 금성사)의 대표업종이던 가전사업에 뛰어들고 이에 구인회 창업주가 격노하면서 두 가문 사이는 멀어지게 됐고, 구자학 회장도 처남인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된 76년 삼성을 떠나게 된다. LG로 복귀한 구 회장은 88년 금성반도체 회장까지 겸하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처남과 뜨거운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후 아워홈을 이끌고 LG그룹에서 분리했다.
이숙희씨는 이병철창업주는 물론 이건희회장으로부터도 단 한 푼의 재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든든한 LG가문에 있는데 무슨 유산인가"란 얘기도 있었지만, 이숙희씨는 삼성과 LG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난처한 처지가 됐고, 이후 친정에 상당히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으며 삼성가와 교류도 사실상 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덕희 씨는 삼성화재 회장을 지낸 고 이종기씨와 결혼했고, 순희씨는 대학교수 출신의 김규 제일기획 고문과 결혼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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