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는 농협이 "국내 대형유통업체에 필적하는 종합유통그룹의 역량을 갖추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농협에 출자할 주식 종류가 아직 확정되지 않는 등 어수선한 상황인데다 유통분야에서의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아 우려가 적지 않다.
농협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농협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합유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경제지주 산하에 기존 경제사업부문 자회사 13곳을 편입하고 2017년까지 중앙회의 판매ㆍ유통 등 경제사업을 단계적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또 4조9,500억원을 투입해 유통망을 확충하기로 했다.
농협은 우선 산지와 소비지를 수직계열화해 현재 10% 수준인 조합 출하물량 판매 비율을 2020년 54%까지 끌어올리고 산지유통센터 신설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전국에 분산된 도매물류 기능을 집적화하고 전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물류센터를 확충하기로 했다. 특히 농협은 "경쟁력이 약하거나 자생할 수 없는 조합은 통폐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농협이 또 하나의 대형유통업체로 변신할 경우 중소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유통학회 한상린 전 회장은 "농협이 종합유통그룹이 되면 농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 대형유통업체와 차이가 있지만, 중소 상인 입장에서는 골목상권이 더 위협받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새 농협 출범이 코앞에 닥쳤지만 미해결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정부가 농협에 1조원 규모로 출자할 주식종류 확정 문제다. 정부와 농협은 주식 종류를 놓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새 농협 출범 전 출자주식 종류를 결정짓기 위해 정부와 협상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농협이 국내 대형유통업체 수준에 필적할 마케팅 능력을 발휘할 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그 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던 전산망이 원활하게 가동될지 여부도 반신반의하는 쪽이 적지 않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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