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간의 충돌 끝에 4ㆍ11 총선 공천을 받은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의 27일 움직임은 '침묵'과 '잠행'이었다. 친이계 좌장으로서 한때 '현정부 실세 용퇴론'대상으로 거론됐던 이 의원은 이날 저녁 은평구 구산동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나"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 하순 전에는 정치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공천도 끝나지 않았고, 우리 사람들(친이계)의 공천 문제도 남아 있는데 내가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의 1차 공천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3월 하순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기간에 돌입하면 당연히 내 의사를 표시할 것"이라면서도 "그 전까지는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아끼는 게 도리"라고도 했다.
"오늘은 트위터에도 글을 안 올리더라"는 질문에도 그는"일부러 안 올렸죠, 하도 골치 아파서"라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하루 종일 언론과의 접촉을 삼간 채 지역구를 돌아다녔다. 그는 이날 저녁에도 빨간색 패딩점퍼와 면바지를 입고 혼자서 집 동네를 돌았다. 그는 2010년 7∙28 재보선에서 당선될 때처럼 수행비서도 없이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조용한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친이계 좌장으로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내 공천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의원의 언행이 친박계를 자극할 경우 다른 친이계 의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등이 '이재오 공천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침묵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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