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홀로 선 이는 배우 같기도 하고 강연자 같기도 하다. 독일의 정상급 배우 파비안 힌리히스는 90분 동안 혼자 노래 부르고 드럼을 연주하다 괴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무대 위를 뛰어다닌다. 동시에 끊임 없이 관객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관객의 수동적인 관극 태도를 지적하기도 하고 수준 높은 경제학 지식을 바탕으로 흔히 말하는 금융위기는 사회가 만든 허상일 뿐 우리가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체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올해로 6회를 맞은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www.festivalbom.org)이 3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 두산아트센터 등에서 펼쳐진다. 개막작은 독일의 탈(脫)드라마 연극 연출가 르네 폴레슈의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지난해 개막작으로 계획했지만 극단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을 우려해 발길을 돌리는 바람에 공연이 취소됐던 작품이다.
페스티벌 봄은 무용, 연극, 음악 등으로 장르를 규정하지 않은 21세기 현대 융합예술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행사다. 자본의 힘에 떠밀려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사회를 향해 쏟아내는 신진 작가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드문 자리라고 할 수 있다.
11개국 22개 참가작의 면면이 그래서 흥미롭다. 독일 극단 쉬쉬팝의 '유서'와 뉴욕 공연단체 네이처 시어터 오브 오클라호마의 '삶과 시절:에피소드1'은 개막작과 더불어 최근 세계 연극계의 큰 흐름인 탈드라마 연극의 현주소를 제시한다.
일본 무용가 네진 피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녹아 있는 '모티베이션 대행'과 장현준의 '극장 발생', 김지선의 '웰-스틸링' 등은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들에 주목해 서구 중심의 현대예술 조류를 바꾸려는 시도다. 용산역 대합실에서 소설가 김연수 등 한국 작가와 공동 작업으로 진행할 아르헨티나 연출가 마리아노 펜소티의 '가끔은 널 볼 수 있는 것 같아', 마을 굿을 소재로 한 무용가 서영란의 '나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등은 다원예술이라는 무게감을 벗고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02)730-9617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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