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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다 법정관리… 막 내리는 반도체 '치킨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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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다 법정관리… 막 내리는 반도체 '치킨 게임'

입력
2012.02.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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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지배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일본 유일의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엘피다가 27일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2년 넘게 끌어온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치킨 게임'의 첫 희생자가 탄생하게 됐다. 이 출혈게임도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엘피다는 어디로?

엘피다는 그 동안 1위 삼성전자와 2위 하이닉스에 맞서 '중위권 동맹'결성을 추진해왔다. 3위인 엘피다, 4위인 미국 마이크론, 5위인 대만 난야 등 3사가 통합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꺾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CEO가 이달 초 경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3자 통합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난야도 지난달 말 우치아차우 회장이 직접 나서 경쟁사들과 협력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여기에 엘피다까지 법정관리상태에 접어들면서, 중위권 동맹은 이제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일본에선 결국은 마이크론이나 도시바가 엘피다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했다. 하지만 인수가 성공한다 해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D램 쪽은 일부 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엘피다의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으며, 인수주체가 얻는 시너지 효과도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엘피다는 비효율 자산매각, 경비절감 등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시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사업 특성상 엘피다의 위상추락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본 내에선 엘피다의 몰락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엘피다는 일본 반도체산업이 위축되던 90년대말 구조조정차원에서 히타치 NEC 미쓰비시 등 3사가 반도체부문을 합쳐서 만든 회사. 반도체 종주국으로서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었지만, 결국 하나 남은 반도체업체마저 무너지게 되자 "또다시 한국에 밀렸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요리우리신문은 "환국의 삼성전자 등은 시황이 악화됐을 때 오히려 대규모 투자로 제품경쟁력을 높였지만 일본 업체들은 오히려 투자를 줄였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날개 단 국내업체들

결국 엘피다의 법정관리신청은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공급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물량을 쏟아내던 치킨게임의 첫 희생자가 나옴에 따라, 이제 반도체가격은 회복되고 살아남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이와 관련, "엘피다가 단계적 생산감축에 돌입해 1~2분기 내 히로시마 시설 일부가동이 중단된다면 하반기 세계 D램 생산량의 5%이상이 축소할 것"이라며 "하반기 울트라북 등 D램 수요가 살아나면 반도체 가격은 2년 여 동안 계속되어온 하락행진을 끝내고 추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하이닉스는 새로운 주인(SK그룹)을 만나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터라,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국내업체는 경쟁력 있는 기술에 투자 여력도 충분한 데다 경쟁자들과의 기술격차도 워낙 커 점유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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