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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대형마트 의무휴일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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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대형마트 의무휴일 지정

입력
2012.02.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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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이나 휴업일을 조례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재벌 유통업계의 횡포에 몰락하는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회복시켜 중소상공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전북 전주시가 7일 처음으로 대형마트들이 한 달에 이틀 의무 휴업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 다음달 17일 첫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등 전국으로 급속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형마트 연합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17일 헌법소원으로 반기를 들었고, 일부 대형마트들이 '대형마트ㆍSSM 강제 휴점 반대 100만 소비자 서명 운동'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게 대형마트와 SSM쪽의 주장이다.

이를 대하는 전문가 시각도 엇갈린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전통시장의 붕괴는 곧 사회적 불안을 키워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드는 만큼 적절한 수준의 통제는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조례 제정 과정에서 소비자 권리에 대한 고려와 다른 산업의 고용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체제하에서 잠재적인 제소 위험이 있는 만큼 다른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찬성

"영업시간제한등 유럽서 이미 시행중…중소상인 몰락 땐 사회적 비용 급증"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1~2회 휴무해야하는 조례를 제정하자 대형마트·SSM단체는 이러한 제재가 부당하다고 헌법소원을 냈다.

이러한 조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대형마트로 인해 지난 5년 동안 무려 500개의 전통시장이 문을 닫았고, 앞으로도 문닫는 시장과 중소 슈퍼마켓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형마트의 수익은 대부분 서울에 있는 본사로 송금되어 지역경제에 공헌하는 바는 작고, 일자리 창출도 파트타이머가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소상공인들은 1년 365일 쉬지 못하고 밤잠도 안자고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의 질 개선을 위해서도 영업시간제한 및 강제휴무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이러한 영업시간제한은 이미 유럽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상점영업시간제한법'으로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평일과 토요일은 오전6시부터 오후8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고, 주유소, 기차역, 공항내 점포를 제외한 모든 소매점포는 원칙적으로 일요일에는 휴무이다.

영업시간 및 영업일 규제는 중소상인들의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더 큰 국가경제적인 의의가 있다. 중소상인들은 재취업 가능성도 낮고, 업종전환도 어려워 만약 이들이 폐업하게 되면 당장 끼니를 잇기 어렵게 된다. 사회안전망이 불충분한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불안이 커지게 될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불안을 줄이기 위해선 세금을 더 거둬 복지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 비용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려 1조6,000억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시장은 어렵다. 결국 전통시장과 동네슈퍼가 피폐해진다면 국민의 세금이 보조금으로 소상공인에게 더 들어가든지, 사회복지를 대폭 확충해 이들의 생계를 국가가 맡는 수밖에 없게 된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무제한은 소비자입장에서는 당장은 편리한 것 같지만 결국은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다행히도 이들 중소상인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하는데 이 보다 더 바람직한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선진국의 복지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일을 안 하고 정부보조에만 기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중소상인들은 건전하고 아직 일할 의지가 있다. 이들이 자력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공정한 경쟁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수천 년간 우리나라의 주산업이었던 쌀농사는 협력이 더 중요했다. 민족의 전통 경기인 씨름만하더라도 원래는 체급 없이 그 지역에서 제일 힘센 장사가 모든 상을 싹쓸이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서양은 근본적으로 경쟁 사회였기에 공정한 경쟁 시스템 확립에 많은 노력을 했다. 서양씨름인 레슬링은 체급별로 경쟁하게 한다. 50kg급이 100kg급과 무슨 수로 경쟁하겠는가.

자유시장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의 공정성이다.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 경쟁에 참가하기 보다는 이 체제를 뒤집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정한 공정경쟁은 경쟁하는 상대방이 약하면 힘센 자에게 핸디캡을 주는 것이다. 이제 약체인 중소상인들에게 공정한 경쟁이 되게 하기 위해선 대기업에게 핸디캡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사실 유럽에서는 이번에 우리가 제한하는 내용보다 훨씬 강하고 광범위하게 대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재건축비용을 내고, 시장내에 입점해스스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상품구성도 중소상인들의 주력을 피해 공산품 및 육가공품 위주로 하는 등 스스로 상생노력을 하고 있다.

대기업도 자본주의 논리만 펼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없이 생계유지를 하는 소상공인들을 생태계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폐업하게 되면 사회적 불안은 커지고 경기는 위축될 수 있으며, 일반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어 이들의 생계를 보탤 수밖에 없다. 국가와 국민은 이들이 한계선상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대형마트와 SSM들도 중소상인들이 생존 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근시안적인 사고를 피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박주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 반대

"국제약속 위반으로 제소당할 가능성…소비자권리 외면…규제효과도 의문"

우리나라 유통업 개방은 1988년 '도·소매업 진흥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했고, 96년부터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점포수 및 매장면적 제한을 전면적으로 철폐했다. 2001년에는 담배, 골동품·예술품 소매업 등을 제외한 모든 소매업종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했다.

유통업 개방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정에서 추진됐다. 당시 국제사회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었던 국내 농업과 서비스분야 시장개방을 강도 높게 요구했고, 우리나라 정책담당자들은 낙후된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시장개방과 경쟁체제 확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프랑스 까르푸나 미국 월마트 같은 국제적인 유통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 국내 유통업계의 고사 가능성이 우려되었지만, 토종 유통기업들은 한국식 영업전략을 개발하면서 오히려 외국 유통업체를 인수하고 중국, 동남아 등 외국시장으로 진출할 정도로 성장하게 됐다.

유통산업 발전은 소득수준의 향상, 쇼핑문화의 변화, 자동차의 보급 확대 등 경제사회적 변화와 궤를 같이 했다. 소비자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짧은 시간내 쇼핑을 할 수 있고, 영화, 오락 등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한 대형 유통매장을 즐겨 찾게 됐고, 유통업은 급속하게 확장했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은 위축되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영역다툼으로 악화됐다. 정치권이 상생협력을 이유로 개입하면서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의 영업활동을 제한할 수 있도록 유통법을 개정했다.

전북 전주를 필두로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이 전국 지자체로 퍼지고 있다. 조례안은 대형 유통점포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제한하고 매월 2일 이내로 영업휴일을 지정하는 것 등을 담고 있다. 쇼핑매출이 많은 토요일을 휴일로 규정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활동영역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측면도 있으나, 중소기업의 권익보호만을 위해 유통업을 규제하는 것은 몇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유통업 개방은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약속한 사안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양허안에 명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동일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직 국제적인 제소가 없어 협정위반 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나 잠재적인 제소 위험에 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FTA 체결시 유통업 규제를 반영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고 있으나, FTA보다는 WTO 약속 위반을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소비자권리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없이 규제를 감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업하지 않은 토요일을 피해 다른 날에 쇼핑을 하거나, 인터넷 쇼핑몰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다른 산업이나 고용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 대형 유통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당장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는 규제를 여야가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금년 양대 선거전략과 관련이 깊다. 심지어 영업규제를 더 강화하고 인구 30만명 이하의 도시에 신규 유통업체 진출을 규제하겠다는 발상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정략적 측면에서 유통업 규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개방경제체제하의 국민경제사회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도 경쟁력을 높여야만 소비자들이 찾게 되지,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유통업체들도 무리하게 상권을 확장하기 보다는 지역발전과 상생협력적 차원에서 영업전략을 모색해야만 정치권의 무리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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