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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책, 나 위해 읽자는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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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책, 나 위해 읽자는 건 아니고요

입력
2012.02.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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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2월 하고도 29일. 늘 28일이 끝 같아서 삼일절 놀 궁리하다 3월을 맞던 여느 2월과는 달리 오늘은 4년에 한 번 덤으로 주어지는 하루라는 생각에 뭐랄까, 좀 차분히 내 안팎을 둘러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여유를 부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월급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설사 은행 잔고가 0을 가리킨다 해도 커피 한 잔 사 마시면서 내일을 다짐하게 되는 마음가짐, 사실 돈에 쪼들리면 어디 가당키나 할까.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도 아니면서 나는 말일이 되면 직원 수에 대략적인 월급을 곱해 계산기에 찍어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곤 한다.

이 많은 돈을 카드로 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전액 현금이어야 한다면 책을 대체 얼마나 팔아야 할까 싶어서다. 출간 족족 반품되어 오는 책을 보며 깊어지는 시름 속에 안 팔리는 책이라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만 지난해 한 가정에서 구입한 책이 월 평균 2권에 지나지 않는다니, 양서를 계속 만들어내는 일만큼 널리 알리는 일 또한 중요함을 알아 방송사 개편 소식에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데 아, 어디에도 책 관련 신설 프로그램은 없다.

불우 이웃 돕기 방송처럼 불후한 책 돕기 운동, 누가 좀 벌여주면 안 되나. 이 와중에 끝내주는 액수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서를 자랑한 한 방송사의 사장님, 일로다가 지인들께 온갖 명품 선물하곤 하셨다는데 그중 책은 몇 권이나 될라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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