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뮤지컬 홍수 속에 한 남자의 소박한 무대가 선전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의 주인공 마크 역을 초연한 배우 안소니 랩(41)이 내한해 펼치는 '위드아웃유'가 입소문을 타고 공연 막바지 뒷심을 발휘 중이다. 초반 뜸하던 관객이 공연 3주째 접어들면서 평일에도 객석의 70% 이상을 채우고 있다. 몇몇 관객은 매일 극장을 찾는다고 한다.
혼자 무대에 올라 지루해지기 딱 좋은 모노 뮤지컬. 소재도 만만치 않다. 에이즈와 죽음, 동성애까지. 이 중 하나만 다뤘어도 부담스러웠을 터. 그런데 공연엔 이 모든 게 들어 있다. 안소니 랩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까닭이다.
요절한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 '렌트' 오디션에 참여한 순간부터 평단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첫 공연의 경험,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와의 가슴 먹먹한 대화까지 그의 삶이 그대로 한 편의 공연이 됐다. 2010년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그 해 바로 한국에 소개됐고 이번이 두 번째 내한 공연이다.
입소문의 동력은 역시 대배우의 힘이다. 짧게 등장하는 인물까지 합치면 1인 10역 이상을 소화하지만 그는 과장된 성대모사보다는 집중력 있게 전달하는 대사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예술적 동반자 라슨과 삶의 동반자인 어머니를 잃은 후에도 그저 담담한 듯 보였던 이 배우가 '렌트'의 삽입곡 '위드아웃유'(Without you)를 부르며 "당신들 없이도 계속되는 삶"에 관해 읊조리는 순간 울먹이는 대사 없이도 깊은 사랑과 슬픔이 객석을 적신다.
무대 위 소품이라야 의자 2개와 모자, 스탠딩 마이크가 전부지만 키 170㎝ 남짓한 중년의 이 남자는 그의 인생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진정성 있는 삶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위드아웃유'는 배우 자신의 삶에 대한 치유이자 관객의 눈물까지 품어 주는 힘이 있는 뮤지컬이다. 3월 4일까지 KT&G 상상아트홀. 1544-1681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