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중국탁구가 가장 견제하는 상대는 두말나위 없이 한국이다. 중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삼성생명)에게 남자단식 금메달을 빼앗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탁구 유망주들의 성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 중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김민석(20ㆍKGC 인삼공사)을 경계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탁구스타인 마롱(세계랭킹 1위)과 왕하오(랭킹 3위)도 28일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20회 아시아선수권 복식 경기를 마친 뒤 "김민석은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임팩트가 좋아 한국 선수 중 가장 까다로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던 김민석은 최근 두 달간 넋이 나간 상태다. 지난 12월 말 소속팀인 인삼공사의 오상은 퇴출 파문 후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 공황 상태에 빠진 그는 탁구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탁구 라켓을 잡은 김민석은 "한창 컨디션이 좋았었는데 정말 아쉽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후유증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석은 두 달간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이로 인해 1월 쿠웨이트오픈에서는 러버 규제에 걸려 어이없는 실격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1차 검사에서 걸려 러버를 일반적인 것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경기 후 검사를 받았는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러버를 떼어낸 뒤 조금 있다가 다른 러버를 붙였어야 했는데 바로 교체하는 바람에 두께 규정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김민석은 4.03mm 이하의 라켓 두께 규정을 어겼다.
런던올림픽 티켓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방황을 거듭하자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도 뿔이 났다. 유 감독은 "원래 성격상 2번 이상 말하지 않는데 민석이한테 5차례나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유 감독은 중국에 뒤지지 않는 기술을 지닌 김민석을 남자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점 찍어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김민석은 이를 악물었다. 김민석은 "이제 런던올림픽까지 죽기 살기로 할 작정이다. 탁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하늘이 정해준다는 올림픽 출전'도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런던올림픽에 나간다면 실망시키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김민석은 이날 열린 남자복식 8강전에서 정영식(대우증권)과 짝을 이뤄 동메달을 확보했다. 김-정 조는 장성만-김성남(북한)과의 남북대결에서 3-0(11-9 11-8 11-4)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둘은 혼합복식 8강전 남북대결에서 서현덕(삼성생명)-이은희(단양군청)가 김정-김혁봉 조에 1-3으로 패한 빚을 갚았다. 김민석과 정영식은 29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복식 4강전에서 중국의 왕하오-마롱 조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마카오=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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