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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되면… 중기업종 싹쓸이한 재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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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되면… 중기업종 싹쓸이한 재벌들

입력
2012.02.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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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팝콘 음료업체인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대표다. 시네마통상은 계열사인 롯데시네마 수도권 점에서 8개 팝콘매장을 운영하며 연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시네마푸드 역시 지방 롯데시네마에 7개 팝콘매장을 열고 있다. 신영자씨의 딸 장선윤씨는 ‘포숑’이라는 브랜드의 빵집 12개 중 11개를 롯데백화점에 두고 영업하다 최근 비판 여론이 일자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불과 수십 억원 정도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차린 뒤 그룹 계열사의 도움으로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돈 벌이를 해온 것이다.

22개 재벌의 74개 계열사가 중소기업 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자재 유통을 비롯해 학원, 빵집, 팝콘 판매까지 돈이 되는 분야라면 닥치는 대로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았다. 특히 롯데, 삼성, 현대자동차 등 8개 재벌은 총수의 자녀들을 앞세워 중기 영역을 잠식했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3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22개 그룹의 74개 계열사가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했다. 신세계가 8개로 가장 많았고, 삼성ㆍGSㆍCJ(각 7개)가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식음료 소매(19개)와 수입품 유통(18개)이 가장 많았고, 교육서비스(5개) 웨딩서비스(2개)도 있었다.

삼성ㆍ현대백화점 등의 14개 계열사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발광다이오드(LED)램프, 레미콘 분야에까지 손을 뻗쳤다. 대기업 진출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중앙회에 대기업 사업영역 축소를 요청한 ‘사업조정 신청업종’에 손을 댄 계열사도 21개나 됐다.

특히 롯데ㆍ삼성 등 8개 그룹 17개 계열사는 총수의 2, 3세를 앞세워 중기 영역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5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삼성(4개)ㆍ현대차(3개) 순이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녀 정성이씨처럼 계열 호텔과 사옥에 빵집 매장을 열거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씨처럼 신세계백화점 안에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입점시키는 등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손쉽게 장사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삼성그룹의 제일모직ㆍ콜롬보코리아(이서현) 보나비(이부진ㆍ이상 이건희 회장 딸), 롯데그룹의 롯데리아(신동빈ㆍ신격호 회장 아들) 등도 마찬가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대표인 현대그린푸드는 외식브랜드 ‘베즐리’ 12개 매장 중 11개를 현대백화점에 두고 연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재벌의 빵집 진출이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보나비 등은 최근 사업을 접었지만 대부분이 아직도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재벌의 몸집 불리기도 극성이었다. 2007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35개 그룹은 652개 계열사를 편입하고, 흡수합병이나 지분매각으로 234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전체 계열사(1,205개)의 4분의 1가량(393개)을 4년 새 늘린 것이다.

몸집 불리기에는 자산 규모가 큰 그룹과 총수 없는 그룹이 더 적극적이었다. 2007~2011년 상위 4대 집단(14.1%)과 5~10대 집단(20.7%)의 연평균 계열사 증가율은 11~35대 집단(7.8%)보다 2, 3배 높았다. 또한 총수 없는 집단은 같은 기간 61개에서 130개로 몸집을 불려 연평균 증가율이 28.3%에 달했다. 총수 있는 집단(10.8%)의 2.6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정중원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대기업집단 문제의 핵심은 계열사 수 증가보다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나 중소기업 영역 잠식”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점검 ▦사회적 감시시스템 확충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기업들 국제 담합으로 15년간 2조4000억 벌금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8개 대기업이 최근 15년간 담합으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정부로부터 벌금 2조4,000억원을 부과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미국 정부에 6건의 담합이 적발돼 벌금 12억7,167만달러(1조7,310억원)를 물었으며, EU 4건 4억3,442만유로(6,525억원), 일본 1건 201억원, 캐나다 1건 2억원 등이었다.

업체별 액수는 LG디스플레이가 LCD 가격 담합으로 미국(4억달러), EU(2억1,500만유로), 일본(1억5,000만엔) 등에서 8,694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아 가장 컸다. 삼성전자는 미국, EU로부터 6,291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건수로는 제일제당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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