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 경제의 뇌관인 자영업의 문제죠. 대기업과 카드사는 상생 차원에서, 정부는 지원책으로 재정과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야 합니다."
'신용카드 수수료 해법'을 물었는데, 그의 답은 근본을 캐고 들어갔다. 소문난 달변답게 카드 수수료가 자영업자의 몰락과 양극화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가끔 말의 갈래가 금융당국 수장의 지휘영역을 넘나들었지만 결국 돌고 돌아 가계부채 해법으로까지 이어졌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영업자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카드 수수료 문제를 단순히 이해당사자들의 다툼으로 국한해선 안 되고, 경제 양극화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정부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내려왔고, 대다수가 혜택을 누리는데도 복잡하게 꼬이는 건 경제활동인구의 25%(550만명)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몰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위기(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자영업 공급 과잉→경쟁력 상실→빚 부담 증가→원가절감 불가로 몰락 위험→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권 원장은 "(자영업자들이) 과열경쟁 탓에 장사도 안 되고, 유가 등 비용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와중에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 카드 수수료 체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업계에서 개선책을 연구하고 있으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촉구했다. 그는 "대형가맹점 역시 카드 인프라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 아니냐"며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힘을 남용하지 말고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간 실업률이 낮게 유지된 건 자영업자의 쿠션(완충) 역할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반면, 태생적으로 대출을 끼고 늘어난 터라 언제든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 대책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자영업자가 자꾸 망하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요원하고 결국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의 몰락을 막는 게 궁극적으로 카드 수수료, 가계부채, 일자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재래시장상품권 같은 자영업자전용상품권 개발로 부자(대기업)들의 소비를 촉진하고, 새로운 서비스 분야 발굴을 통해 업종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제 지원, 수수료 체계 개선, 햇살론 등 금리부담 완화 방안도 꼽았다.
권 원장은 올해 감독 역량을 소비자 보호에 쏟을 계획이다. 그는 "금융회사가 편하게 영업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나중에 더 큰 비용을 감당하지 않으려면 감독당국의 변화에 대응해, 소비자 보호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종합검사 대신 수시 테마검사를 진행하고, 금융회사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공을 들인 서민대책은 예방 차원의 생활밀착형으로 보폭을 넓힌다. 권 원장은 "살기 힘들다 보니 금융범죄가 극성을 부리는데 상당수 피해자는 몰라서 당한다"며 "캠퍼스 금융토크, 군인 금융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는 금융사랑방버스(가칭)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고금리 학자금대출의 저금리 전환 상품 개발, 금융권 수수료 인하 등 권 원장의 서민대책은 꾸준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저축은행 부실의 원죄를 씻어낸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리=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대담=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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