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직후보자추천위가 27일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과 전체적인 공천 수순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의원이 포함된 1차 공천자 명단이 확정됐지만, 비대위와 공천위 간 쇄신 공천에 대한 입장 차가 적지 않아 향후 공천 과정에서 내홍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공천위는 이날 이 의원이 포함된 21명의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으나, 의결권을 가진 비대위가 일단 이를 부결시켰다. 이에 공천위는 이날 오후 재심사를 벌인 뒤 1차 공천자 명단을 재의결함으로써 공천을 확정했다.
비대위 비공개 회의가 막 시작된 27일 오전 9시쯤, 국회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정홍원 공천위원장 등을 가리키며 "비대위원이 아닌 분들은 전부 나가 달라"고 호통친 것이다. 이날 하루 종일 계속된 비대위와 공천위 간 '충돌'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김 비대위원이 표면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날 비대위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던 '4ㆍ11 총선 1차 공천자 명단'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이었다. 그는 "비대위원들은 회의에 와서 앉아 있기만 하는 사람들이냐. 공천위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하느냐"고 역정을 냈다.
공천자 명단 보고를 위해 앉아 있던 정 공천위원장과 권영세 사무총장 등의 얼굴이 굳어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명단 보고를) 다 준비해 오셨는데…"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정 위원장과 권 총장 등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야 했다.
9시55분, 정 위원장과 권 총장은 회의장에 다시 들어가서 1차 명단을 보고했지만, 비대위의 반응은 차가웠다.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 등은 "쇄신 공천을 한다면서 현역 의원들을 대거 단수 후보로 공천한다는 것을 먼저 발표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참신한 정치 신인들을 포함시켜서 민주통합당의 코드 공천과 각을 세워야 할 판에, 이재오 의원 등이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당수 비대위원들이 공감을 표시했고, 1차 명단 전체를 부결시키고 공천위에 재의를 요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정 위원장은 15분 만에 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렸고, 10시30분 국회 브리핑실에서 이 의원 등 현역 의원 15명이 포함된 21명의 1차 공천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공천위 결정을 비대위가 의결해야 공천안이 확정된다는 당헌ㆍ당규에도 불구하고, 정 위원장은 "공천위는 공천위대로 발표하고 비대위는 비대위대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해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11시쯤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권 총장은 "비대위원 과반수의 반대로 공천위 안이 부결됐다"고 전했다. 비대위가 끝난 직후 정 위원장과 권 총장 등 공천위원들은 여의도 당사에 모여 1차 명단 재의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4시간 넘게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공천위는 1차 명단을 공천위 원안대로 의결, 이 의원 공천 등을 확정했다. 당헌ㆍ당규상 비대위가 공천위의 결정에 한차례 재의를 요구할 수 있으나, 이후 공천위가 3분의 2 이상의 요구로 재의결하면 원안대로 확정된다.
정 위원장은 오후 3시30분 브리핑을 갖고 "출석한 공천위원 9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비대위가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비대위와 공천위의 갈등에 대해 당내에선 "모셔온 외부 인사들이 힘 겨루기만 하다니,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 "현정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에게 순순히 공천을 주는 것은 맞지 않는 만큼 당연한 수순 아니냐" 등의 엇갈린 얘기가 나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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