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뉴질랜드 품종 골드키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골드키위는 당도가 우수해 키위 중에서 인기가 높은데, 맛과 당도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국산 품종 골드키위가 로열티 없이 보급되면서 5, 6년 내 강력한 맞수로 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27일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골드키위는 총 1만7,000톤인데, 이중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게 1만3,600톤이고, 뉴질랜드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한 게 3,000톤이다. 반면 국내 개발 품종은 고작 400톤으로 명목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국산품종은 이렇게 미미한 생산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내 농가 소득증대에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2003년부터 제주도 140여 농가가 뉴질랜드 제스프리 품종의 골드키위를 재배하고 있는데 당시 이들은 2023년까지 품종 로열티로 매출액의 20%를 지불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온난화대응농업센터가 국산 골드키위 품종을 개발하면서 제스프리에 로열티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농업센터가 2006년 '제시골드키위'를 보급하기 시작하자 제스프리는 로열티를 15%로 낮춰야 했다. 한발 더 나가 2009년 '한라골드'의 보급이 시작되자 재배농가는 제스프리에 로열티를 더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스프리 본사는 현재 "로열티 15%는 세계 공통의 기준"이라며 버티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급된 국산 제시골드키위와 한라골드키위는 로열티가 없어 가격 경쟁력에서 뉴질랜드산 생산 농가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1㎏당 9,500~1만원에 팔리는 '제스프리'보다 제시골드키위와 한라골드키위가 15% 정도 싸다. 이미 제시골드키위와 한라골드키위 재배 농가는 올해 300농가로 늘어나 제스프리 품종 농가를 훨씬 앞질렀다.
제시골드키위와 한라골드키위의 올해 예상 생산량은 600톤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 그러나 묘목을 심고 4, 5년 후 생산량이 많아지는 골드키위 특성 등을 감안하면 2018년의 예상 생산량은 6,000톤에 달해 그 해 골드키위 예상 소비량 2만5,000톤의 4분의 1에 달할 전망이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김성철 박사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300억원의 로열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뉴질랜드산 골드키위와의 진검승부가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