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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적 중립성 시비 자초하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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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적 중립성 시비 자초하는 검찰

입력
2012.02.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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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정국에서 검찰 수사가 너무 눈에 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월 총선을 앞둔 올해 초부터 대검의 핵심 간부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대형 사건, 특히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안에 대한 수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자제하는 게 옳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무색하게 대검 중수부는 지난 주말 2건의 강제수사를 개시했다.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 일가의 국외 재산도피 사건과,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불거졌다 내사종결 처리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의혹에 대한 사실상의 재수사다. 두 사건 모두 검찰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대검 중수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정치적 휘발성이 큰 사건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일단 검찰은 "(정연씨가 아니라) 아파트 매도자 측의 외환 밀반입 혐의가 수사 초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문제의 100만 달러의 출처가 정연씨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 결국에는 정연씨 쪽으로도 검찰의 칼이 겨눠질 가능성이 높다. 3년 전 노 전 대통령 측에 제기됐던 의혹들이 자연스레 다시 드러날 소지가 다분하다는 말이다.

하이마트 사건 역시 수사 도중 정ㆍ관계 로비 흔적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사건 모두에 정치적 파장이 잠복해 있고,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서는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이냐 하는 것이다. 27일 현재 총선까지는 불과 45일 남았다. 두 사건 수사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검찰이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당장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몬 검찰이 노 대통령 서거 후 모든 관련 수사를 중단했음에도 보수단체의 고발이란 핑계로 딸 노정연씨를 수사한다고? 총선을 앞둔 기획수사로, 수사 중단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물론 "수사 의뢰가 됐는데 정치적 고려 때문에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검찰의 해명에 수긍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검찰의 수사 착수 타이밍이 공교로웠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 직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매수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이번 중수부의 수사를 놓고 나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설령 오해일지언정, 그 부담은 결국 검찰이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말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을 검찰은 되새겨야 할 것 같다.

김정우 사회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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