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고향ㆍ고교 후배인 경찰 간부를 상대로 한 고소 사건에 대해 지검 소속 검사를 통해 고소인에게 소 취하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소인은 "해당 검사가 '검사장의 의중'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 김모 검사는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지방경찰청 하모 경정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하 경정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고소를 취하할 것을 종용했다.
김 검사는 당시 "이번 고소 사건은 검사장님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고소를 취하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수 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 하 경정은 주철현 광주지검장의 동향 고교 후배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검사가 A씨에게 고소 취하를 권유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경찰 간부가 피소된 중요 사안으로 검사장이 관심을 갖고 있어서 김 검사가 사건을 잘 처리해 보려다 빚어진 문제"라며 "이 과정에 검사장이 개입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김 검사가 당시 전화를 걸어 '하 경정이 무혐의를 받고 문제 제기를 하면 곤란해질 수 있다'면서 '검사장님이 무혐의 처분하기 전에 고소를 취하하도록 하는 게 A씨에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반박했다.
A씨는 며칠 뒤 주 지검장에게 "피고소인은 사과 한 마디 없고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검사가 고소 취하를 요구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주 지검장은 "(하 경정으로부터) 아직 전화 한 통 없더냐"고 반문한 뒤 김 검사에게 하 경정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검사는 지난해 말 하 경정을 상대로 서면조사만 하고 소환을 미루다가 27일 뒤늦게 하 경정을 불러 조사했다.
주 지검장은 이에 대해 차장검사를 통해 "A씨나 김 검사를 통해 하 경정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도록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하 경정이 불법 골재 채취 사건을 수사하면서 내가 골재채취업자에게 외제 승용차를 제공받았다는 등 허위사실을 외부에 흘렸다"며 하 경정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 경정은 앞서 A씨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문제가 돼 경찰청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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