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암살하려던 30대 남성 2명이 27일 체포됐다. 그러나 대통령 3선을 노리는 푸틴이 다음달 4일 대선에 앞서 반대세력을 분산시키고 지지세력은 결집하려는 의도로 자작극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방송 제1채널에 따르면 푸틴 암살 혐의로 체포된 남성은 러시아 남부 체첸 출신 아담 오스마예프와 카자흐스탄 출신 일리야 피얀진이다. 이들은 숨진 또 다른 테러범 루슬란 마다예프와 함께 러시아연방에서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체첸 반군 지도자 도쿠 우마로프의 지시를 받아 푸틴 암살을 계획했다.
피얀진은 경찰 조사에서 마다예프와 함께 테러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폭탄제조 기술을 배우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잠입해 상업시설물에 테러를 가한 뒤 푸틴 암살을 시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월 4일 오데사에서 폭탄제조 연습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마다예프가 숨지면서 암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가스 유출에 따른 단순 사고로 생각했던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폭발물 흔적을 발견해 수사를 시작해, 사고로 입원한 피얀진과 도주했던 오스마예프를 체포했다. 오스마예프는 조사에서 "푸틴의 암살 방법으로 자살 폭탄 테러나 차량 테러 등을 검토했다"며 "실행 일은 대선 이후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사건을 보도대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을 6일 앞두고 국영방송을 통해 사건 전말을 발표한 것 자체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푸틴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시민 2만여명은 전날 모스크바에서 '푸틴 없는 러시아를 위하여' 등의 구호가 적힌 흰색 리본을 달고 16㎞의 인간띠를 만들기도 했다.
군사분석 전문가 알렉산더 골츠는 AFP통신에 "그들이 체포된 타이밍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우연의 일치"라며 이번 사건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