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에 대한 반대 논리의 전개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접근하거나 모든 면을 무작정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사안의 특정한 모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반대한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글이다. 반론의 근거도 타당성이 인정되며,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패턴을 생각해 냈다는 점이 독창적이었다.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여 구체성을 더하였기에 설득력도 있었다. 문제점에 대한 대안의 내용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도 돋보였다. 단, 그 장점들을 서론에 모두 담았다면 금상첨화가 되었을 것이다.
서론의 내용을 보면, 첫 부분에서 학생은 해당 사안에 대한 기사를 잘 요약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논하려는 바에 대한 문제를 잘 제기하였다. 문제제기가 있어 좋았던 접근법이지만, '그러나' 등의 적절한 접속어가 있고 '우려가 된다'는 우회적 표현을 피한다면 논지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또한, 문제제기 상으로는 오직 '소비자의 편리성 측면'에 대한 논의만이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론에는 '규제가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에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내용과 '규제보다 경쟁력 확보를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중심이다. 이처럼 처음에 설계되지 않은 논점들이 나오는 것은 논술에서 피해야 한다. 서론은 글 전체의 지도와 같다. 자신이 논하려는 전체 윤곽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본론은 그 윤곽에 맞는 구체적 내용으로 읽는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학생의 글은 본론의 내용들은 매우 좋은데 비하여 서론의 설계가 알차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본론에서 자신이 주장하려는 것들의 뼈대를 서론에서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서론을,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소비자의 편리성을 제한할 수 있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는 힘들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좀 더 좋은 정책을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의 형식으로 써주면 본론의 내용들이 훨씬 돋보일 것이다.
본론의 내용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매우 현실적이고 타당하다. 위에서 제시한 서론대로라면 첫째, 둘째 등으로 항목을 제시하며 일목요연하게 논리를 전개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주장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결론에서 창의적으로 주장한 '거시적 상생'이라는 개념이 매우 효과적으로 부각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의 구체적이고 타당한 논거들을 위의 흐름으로 묶어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 열쇠는 바로 '소비자의 불편'에 있다. 학생의 글에는 소비자가 불편한 이유가 흐리다. 글대로라면, 소비자의 패턴상 대형마트가 쉬는 두 주의 일요일에 소비자는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의 상점에 가면 불편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소비자가 불편한 이유, 즉 전통시장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가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접근성, 시설의 편리성 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고, 그것들이 제시되면 소비자의 불편뿐만 아니라 규제 후 소상공인의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이유까지도 설명된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경쟁력 부족'이라는 핵심어가 도출되어 대안도 타당해진다. 따라서 이 글의 본론에는 '소비자가 전통시장이나 소상인의 상점에 가지 않는다. 즉, 대형마트를 선호한다'라는 전제가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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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철 공부의 자세 대표 hckongkore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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