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이다… 이 영화에 돈을 넣은 미친 투자자들에게도 감사 드리고 싶다."('아티스트'의 미셸 아자나비슈스 감독)
반란이 성공했다. 첨단 3D영상 시대 세계 영화의 중심에 입성한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기어이 할리우드 최고 자리에 올랐다.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노른자위 상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차지하며 반란의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ㆍ프랑스 합작으로 만들어진 '아티스트'는 유성영화 시대의 도래로 몰락한 할리우드 무성영화 스타의 사랑과 재기를 담고 있다. 아카데미상은 무성영화가 명맥을 유지하던 1929년 첫 발을 디뎠는데, 무성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제1회 시상식 때 '날개'에 이어 두 번째다.
예상된 '아티스트'의 반란
시상식 초반 기세는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휴고'(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차지였다. 촬영상과 미술상, 음향편집, 음향효과상, 특수효과상 5개의 트로피를 잇달아 들어올리며 세 몰이에 성공했다.
'휴고'로 기울던 추는 시상식 중반 의상상으로 수상 레이스의 시동을 건 '아티스트'로 향했다. 미셸 아자나비슈스의 감독상과 장 뒤자르댕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이어지면서 '아티스트'의 최종 승리가 예견됐다. 프랑스 감독과 남자배우의 오스카 수상은 사상 처음이다. 프랑스 여자배우론 클로데트 콜베르('어느 날 밤 생긴 일')와 마리온 코티아르('라 비앙 로즈')가 1935년과 2008년 여우주연상을, 줄리엣 비노쉬('잉글리쉬 페이션트')가 1997년 여우조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아티스트'에서 무성영화시대 할리우드 스타 조지 발렌타인을 연기한 뒤자르댕은 "당신들 나라를 사랑한다"며 감사를 나타냈다. '프랑스의 조니 클루니'라 불리는 뒤자르댕은 조지 클루니('디센던트')와 브래드 피트('머니볼') 등 할리우드 대형 스타들과 오스카를 놓고 경쟁했다. 대사 없이 발렌타인의 심리를 옛날 연기 방식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기도 했다.
'아티스트'의 오스카 점령은 시상식 전부터 점쳐졌다.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음악상을 받았고,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메릴 스트립 30년 만에 오스카 안아
여우주연상은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이 차지했다. 사상 최대인 17번째 오스카 후보(주연 14번, 조연 3번)에 오른 스트립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1982년 '소피의 선택' 이후 30년 만이다. 1980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세번째 오스카 수상이다. 스트립은 "미국 사람 절반 정도가 '또?"냐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며 "내가 다시 이곳에 설 일은 없을 것이기에 나의 모든 동료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대 오스카 최다 수상 배우는 캐서린 헵번(4회)이며, 잭 니콜슨, 월터 브레넌, 잉그리드 버그만이 세 차례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은 '비기너스'에서 노인 동성애자 연기를 한 크리스토퍼 플러머(83)에게 돌아갔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대위로 유명한 플러머는 오스카를 수상한 역대 최고령 배우가 됐다. 이전 기록은 제시카 탠디의 81세였다. 여우조연상은 1960년대 백인 고용주에 맞서 싸우는 흑인 가정부 역할을 연기한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가 가져갔다. 스펜서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설국열차'에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본상은 '미드나잇 인 파리'의 우디 알렌이 받았다.
한 부부의 이혼 소송을 돋보기 삼아 이란 사회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들여다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이란 영화 최초로 최우수외국어상은 받았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서방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거론되고 있는 지금 내가 이란 문화의 우수함을 통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을 이란 국민들은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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