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추억을 불러냈고, 향수에 젖었다.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고, 영화 역사 초기를 장식했던 프랑스 대가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경배를 바친 '휴고'가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 트로피를 가져갔다. 1960년대 할리우드의 섹스 여신이었던 마릴린 먼로를 앞세운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시상식 진행도 복고 바람이었다. 사회자는 빌리 크리스탈. 지난해 사회자로 나선 청춘 스타 제임스 프랑코, 앤 해서웨이와는 전혀 상반된 인물이다. 크리스탈은 이미 여덟 번이나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을 진행한 백전노장. 2004년 이후 8년 만에 오스카 무대 위로 돌아왔다. 크리스탈은 근육질 몸에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억지 웃음을 불러내던 프랑코와 달리 입담에 의존해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미국 현지의 평가는 야박하다. "지난해 '재앙'으로 여겨졌던 프랑코의 진행 솜씨를 잊게 만들 만하다"(연예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혹평을 들었다.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가 연출한 특별 공연도 옛 영화에 대한 향수를 담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라'의 화면으로 공연을 시작했고, 극장에서 팝콘과 함께 영화를 즐기는 풍경을 묘사했다. 1950, 6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풍미했던 영화사 MGM이 영화 개봉 전 소수 관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 조사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재연한 화면을 보여주며 추억을 부채질했다.
이날의 복고풍 시상식 풍경이 필름제조사 이스트만 코닥엔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지적도 외신에서 나왔다. 할리우드와 함께 세계를 호령했던 이스트만 코닥은 최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하며 벼랑 끝에 몰렸고 재정난 때문에 시상식이 열린 코닥극장의 이름 사용권을 포기했다. 극장건물주의 요구에 따라 시상식 관계자들은 이날 방송에서 코닥극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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