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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축구 꿈나무들 '맨발의 꿈' 한국서 이루다

입력
2012.02.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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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의 실화를 담은 영화 ‘맨발의 꿈’ 실제 주인공들이 한국에 축구 유학을 온다.

군장대(전북 군산 소재)는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대표팀 출신 에프렘 마리아누스(18), 니디오 리카르도(18)군이 생활체육과에 12학번으로 입학한다고 27일 밝혔다.

군장대 관계자는 “동티모르의 히딩크로 불리는 김신환(55) 감독이 ‘능력 있는 아이들이지만 현지 여건상 더 이상의 훈련과 교육은 힘들다. 한국에서 축구를 배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 해왔다”며 “면접을 위해 학교 관계자들이 올해 초 동티모르를 다녀왔고, 학생들은 29일 입국해 학교에서 2년간 축구를 배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티모르 근로자들의 한달 평균 급여가 20달러(약 2만3,000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두 학생들에게 축구 유학은 기적과도 같다. 면접에 동행했던 군장AMC 대표 이성일(49)씨는 “군대(해병대) 선후배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김 감독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주동티모르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체육 분야를 관장하는 장관까지 면담해 두 학생의 한국행을 결정지었다”고 말했다.

축구 유학이 성사된 건 김 감독에 대한 동티모르 정부의 신뢰가 큰 도움이 됐다. 국내에서 1989년까지 실업축구 선수로 뛴 김 감독은 2001년 사업차 동티모르로 갔다가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을 바꿔 축구 지도자로 나섰다. 그가 꾸린 유소년팀은 창단 1년 만인 2004년 일본에서 열린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출전, 6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번에 유학 오는 두 학생은 당시 우승팀에서 주축으로 뛰었던 선수들로, 2010년 6월 개봉한 영화 ‘맨발의 꿈’도 김 감독과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학생의 한국행이 결정됐지만 비용이 한때 발목을 잡기도 했다. 1인당 연간 700만원에 달하는 학비와 월 100만원 가량의 생활비, 100만원의 항공료 등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가난한 학생들의 집에나 동티모르 정부에 기댈 수는 없었고, 동티모르 국비 유학생의 수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때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 후원회장이기도 한 이성일씨가 나섰다. 이씨는 “친분이 두터운 한 건설사 대표에게 김 감독의 이야기를 했더니 흔쾌히 후원에 응했다”며 “두 학생이 2년간 체류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항공료를 모두 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한국어 강좌도 개설됐다. 두 학생의 한국행이 확정되고 앞으로도 매년 2명씩 한국 축구 유학을 보낸다는 소식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몰리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한국어 강의를 시작했다. 군장대 관계자는 “강원 지역 크기만한 동티모르에 27개국이 대사관을 만들어놓고 치열한 자원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현지 학생들의 한국 축구 유학은 우리 자원 외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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