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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천전쟁의 서막은 올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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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천전쟁의 서막은 올랐지만

입력
2012.02.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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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먼저 칼을 빼든 쪽은 민주통합당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무디다. 강철규 공직자추천심사위원회 위원장이 당 정체성에 맞는 공천을 표방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으나, 전ㆍ현직 의원들이 이 정도로 예우 받을 줄은 몰랐다. 1,2차 공천발표 내용을 두고 개혁성의 퇴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도덕성을 기치로 내건 새누리당 쪽은 그나마 다소 사정이 나아 보인다. 1차 공천에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를 공천한 것도 돋보인다. 정두언, 정몽준 등이 "불통에 먹통"이라고까지 혹평했지만 이재오를 공천한 공천위에 "친이 학살"을 항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공천은 선거의 절반 이상이다. 구도니 이슈니 하지만 선거는 결국 공천이다. 사람을 뽑는 일이므로. 공천이 끝나면 선거도 절반 이상 끝나는 것이다. 이제 그 공천전쟁의 막이 올랐다. 양당의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하다.

새누리당 주변에서 공천 탈락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얘기들이 나온다. 그만큼 공천 물갈이 폭이 크고 거셀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좋은 징조다.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그냥 밀고 나갈 일이다. 새 인물에 대한 요구, 새 정치에 대한 희구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어느 누구도 이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

새누리당에 순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풍도 있다. 홍사덕의 서울 종로 전략공천설 같은 것 말이다. 그는 연륜이 깊은 6선 의원이고 친박계 좌장이다. 그랬기 때문에 그의 불출마 선언에 힘이 실렸던 것 아닌가. 그런 그를 종로에 전략공천 한다면 이번 공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혹 변화와 쇄신의 흐름을 주도해 온 새누리당이 여기서 발목을 잡히는 것은 아닐까? 홍사덕의 종로 공천을 변화와 쇄신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테니 하는 말이다.

1, 2차 공천에서 단 한명의 현역의원도 탈락시키지 않은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보는 국민의 시각도 매우 무겁다. 민주통합당은 앞으로 현역의원 탈락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미 전ㆍ현직 의원들의 기득권 고수로 규정된 공천의 큰 흐름을 한두 명 현역의원의 탈락으로 되돌릴 수 있겠는가.

이렇듯 공천전쟁은 온 지역구가 전쟁터고 어느 한 곳의 승부가 전체 판세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민감도 높은 전쟁이다. 거친 몰아붙이기보다 정밀하고도 세련된 솜씨가 필요한 이유다.

새누리당은 도덕성을 앞세웠고 민주통합당은 정체성을 내세웠다. 어느 쪽이 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공천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나 아무래도 도덕성 쪽이 더 보편적 기준이지 않을까 싶다. 정체성이란 편가르기로 귀결되기 십상인 반면 도덕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표출됐던 정치 불신 속에서 확인된 국민적 공감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누리당이 도덕성에 기준을 맞춘 나머지 당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후보를 공천했을 때와 민주통합당이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끝에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일부 후보를 공천했을 때 어느 쪽이 더 타격을 크게 받겠는가. 민주통합당의 1, 2차 공천에 대해 도덕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민주통합당의 위기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래저래 공천전쟁의 서전은 새누리당의 선전, 민주통합당의 졸전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공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지금부터다. 새누리당은 당명까지 바꾼 초심대로 공천혁명을 통해 당 쇄신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인가. 친이계와 공천 탈락자들의 집단적 반발없이.

민주통합당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개혁공천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인가.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당 정체성과 개혁성의 잣대에 맞춰서.

양당 지도부의 고심참담한 고뇌와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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