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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옷이 곧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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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옷이 곧 사람 아닌가

입력
2012.02.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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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대청소랍시고 방 하나를 치우다가 에라, 하고 주저앉아버렸다. 옷방이니 옷이 켜켜이 쌓인 것은 당연한데 무질서하게 개어 놓은 모양새라는 게, 옷마다 빈틈없이 쌓인 먼지라는 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속수무책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옷은 유행과 취향과 사이즈를 고려하여 버릴 것과 아니 그러할 것이 분명히 나뉘므로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앞에 서서 하염없이 손톱이나 물어뜯곤 했더랬다. 나는 입기도 싫고 또한 입을 수도 없는데 막상 누군가에게 주려 하면 아깝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여 망설이게 되는 이 '애정남'의 상황….

전에는 생일이나 명절, 혹은 특별한 날에 앞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 입는 게 옷이었다. 대학 입학 선물로 엄마가 사준 코트가 그러했고, 취직 기념으로 아빠가 사준 투피스가 그러했으며, 헤어짐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남자 친구가 사준 티셔츠가 그러했다. 옷마다 깃든 사연이 가지가지인데다 옷이 곧 사람으로 추억되는 경우도 다반사라 쉽사리 폐기함에 밀어 넣을 수 없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패스트패션 사업이 호황이라지. 최신 유행 따라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빨리빨리 옷 장사에 대기업 딸내미까지 뛰어들어 호떡집에 불 날 지경이라지. 너도 나도 사 입다 버릴 테니 나는 관심 없고 점심시간에 안 입는 옷이나 갖고 나와 회사에서 바자회나 한번 열 참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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