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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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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젊음

입력
2012.02.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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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서 있는 자두나무 가지로 만든

매운 칼 같은 냄새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손가락 끝에서 미끌어지는 생기의 방울들,

달콤한 性的 과일,

안뜰, 건초더미, 으슥한

집들 속에 숨어 있는 마음 설레는 방들,

지난날 속에 잠자고 있는 요들,

높은 데서, 숨겨진 창에서 바라본

야생 초록의 골짜기:

빗속에서 뒤집어엎은 램프처럼

탁탁 튀며 타오르는 한창 때.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를 읽어보셨는지? 그 소설에는 베아트리스와 사랑에 빠진 우체부 마리오가 나와요. 그는 소녀에게 멋진 고백을 하고 싶어서 네루다 선생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시를 쓸 수 있어요?" 시인은 비법을 알려주죠.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메타포를 만들어봐." 마리오는 그대로 해봅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백사장을 아무리 걸어도 메타포는 떠오르지 않아요. 스카르메타의 표현에 따르자면 시인에게는 절묘한 이미지를 숱하게 안겨준 바다였지만 마리오에게는 '단조로운 대사를 읽어주는 사람' 같았다고나 할까요. 바다는 '베아트리스, 베아트리스'라는 후렴구만을 마리오에게 들려줍니다. 마리오의 그 답답한 심정이라니! 정말 이해가 갑니다. 멋진 메타포로 가득한 네루다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우리도 노래하고 싶어져요. 그러나 자두나무 숲을 아무리 걸어도 숲은 우리에게 후렴구만 들려줍니다. 청춘, 청춘, 청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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