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간 어린이집들이 동맹 휴원에 들어가겠다고 한 27일 일부 이용자 부모들이 불편을 호소하긴 했지만 대란(大亂) 수준까진 아니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문을 연 데다 휴원에 동참한 곳도 원생들을 돌볼 최소한의 당직 보육교사는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집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민간 어린이집)가 29일 하루는 당직 교사까지 철수시키는 ‘완전 휴업’을 벌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영유아를 둔 맞벌이 가정의 근심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대구 대전 광주 충남 충북 전남 전북 제주 등의 민간 어린이집이 휴원에 동참하지 않은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어린이집 796곳 중 649곳(81.5%)은 평소처럼 문을 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휴원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45곳을 제외한 나머지 96곳(12.8%)도 모두 당직 교사가 배치돼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맡기는 데 큰 불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집들도 내놓고 집단 휴원에 참여하기는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서울 구로구 A어린이집 원장은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는 이미 지난달 통신문으로 고지된 새 학기 준비 기간”이라며 “어린이집이 100%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휴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휴원 사실을 알리고 당직 교사 한두 명만 둔 채 차량 운행을 중단하는 등 태업에 나선 어린이집도 적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 B어린이집 당직 교사는 “현재 연합회 지침에 따라 일주일 휴원을 시행 중”이라며 “교사 7명 중 혼자만 당직 근무를 하고 있는데 오전에 아이를 맡기러 왔다 돌아간 부모도 있다”고 털어놨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정모(36ㆍ서울 고덕동)씨는 “지난주 어린이집에서 일주일 간 당직 교사 1명만 남고 차량 운행은 안 한다는 통지문을 받았다”며 “아이를 잘 돌볼까 하는 의구심에 전주 시댁으로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육아 카페 ‘맘스홀릭 베이비’의 한 회원은 “당직 교사가 있다고 해 아침에 일단 맡겨두긴 했지만 저녁 때 차량 지원이 안 된다고 하니 퇴근이 늦어지면 어떻게 아이를 데려와야 할지 답답하다”는 글을 올렸다.
더 심각한 건 이틀 뒤다. 민간분과위 측이 29일 완전휴업 으름장을 놓고 있는 데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 경남지역 상당수 민간 어린이집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신대방동에 사는 맞벌이 부부 이모(36)씨와 최모(34ㆍ여)씨는 “오늘 아침 두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갔더니 29일엔 꼭 쉬어야 한다고 했다”며 “둘 다 휴가를 내기가 마땅찮고 어머니에게 두 아이를 덜컥 맡길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부모와 아동을 볼모로 부적절하게 운영한 어린이집에 대해선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보육 현장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축소ㆍ왜곡하지 말라”며 “복지부가 불편해 하는 현 집행부가 당선된 만큼 29일 휴원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행의지를 밝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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